학교는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곳

2012.03.26 10:32:00

학교는 글자의 의미를 그대로 새기면 배움에 드는 곳이다. 배움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미래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배운다는 것은 나은 삶을 창조하는 출발점이 된다. 인간만이 배움을 통해 삶의 창조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어른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욕심을 앞세운다. 배움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만을 잘 하기를 바라다보니, 성적을 남과 비교하고, 남 보다 우월해지기를 바란다. 결국 남보다 더 빨리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된다.

공부만 잘 하길 바란다면, 이거야말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인간의 삶이 출세와 성적 순위에 매몰되면 아름다운 삶을 발견하지 못한다. 남과 비교하는 삶은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결핍이 있다. 비교하고 빨리 출세하려는 것은 욕심이다. 빠르게 가다보면 잃는 것도 많다. 친구를 배려하지 않고, 심하면 폭력을 휘두른다. 이 모두가 자기 욕심만 채우다 생긴 결과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 삶을 창조하고 성숙한 인생을 설계한다. 특히 우리의 삶이란 기쁨의 순간도 많지만, 예고도 없이 낯선 슬픔이 찾아오기도 한다. 슬픔은 실체가 없지만, 우리의 삶을 비틀거리게 한다. 이런 슬픔도 혼자 이겨내기보다는 만남을 통해서 치유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만남을 통해 운명을 바꾼 사람이다. 그는 보통 사람과 달리 부모도 운명처럼 만났다. 스티브는 낳은 어머니가 키울 수 없어서 입양 기관에 보내 양부모를 만났다. 양부모는 그를 가슴으로 낳아 키웠다. 양부모는 공부를 많이 안했지만, 아이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그는 학교에서도 선생님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인생의 급전환을 했다. 그는 학교도 늘 지루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품행은 불량했고, 선생님들도 고개를 휘둘렀다. 4학년 때 담임인 이모진 테디 힐 선생님은 달랐다. 스티브 안에 웅크리고 있던 배움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스티브의 흥미를 위해 상급 과정의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그는 드디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준 업적도 깊게 들여다보면 그의 생애와 관련이 있다. 즉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 것은 엄청난 신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따뜻한 정신과 감정이다. 감정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치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만들면서 인간의 감정을 건드렸다.

만남이라는 말에는 그 앞에 언제나 헤어짐이라는 쓸쓸함이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아쉬움이 있고, 만남을 소홀히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 현재 고귀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태어나려면, 그것이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라 하더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만남을 즐거워하고, 만남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만남을 통해서 교감을 나누는 것은 인간만이 누리는 고차원적인 사고 과정이다. 그 사고를 통해서만이 인간의 영혼이 빛나고, 따뜻한 마음이 소멸되지 않는다.

불가(佛家)에서는 길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끼리 잠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인연치고는 엄청난 인연이다. 어디 친구뿐이겠는가. 마음의 뜨락에 따뜻한 사랑을 주시는 선생님도 만난다.

인간은 만남을 통해서 삶을 성숙하게 이끈다. 만남이 삶이고, 삶이 만남이다. 만남을 소홀히 하면 어느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 과거의 리더는 집단을 이끌고, 자기 성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더는 구성원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리더가 대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보살핌에 대중이 따라 간다.

최고의 비즈니스는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치 창출의 근원이 사람이란 것을 믿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됨이 필요하다. 지위에 관계없이 주변에 모든 이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학교 폭력으로 가슴을 태우고 있다. 더욱 학교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니 슬프다. 학교는 배우기도 하지만 서로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곳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이것이다. 힘이 약한 사람은 도와주고 함께 가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더 깊은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지금 아이에게 공부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힘겨운 삶의 무게도 친구의 해맑은 웃음으로 나눠질 수 있는 만남에 기대게 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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