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 소설 수업하기

2012.04.10 13:28:00

소설 수업은 고민이 많다. 우선 수업 시간에 소설을 읽는 것부터 망설인다. 소설 수업을 할 때는 한 학생을 지명해서 읽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차제에 동료 교사에게 의견 수렴을 했다. 읽기도 중요해서 수업 시간에 읽는 선생님도 있고, 시간이 없어 읽어오게 하고 그냥 수업을 한다고 한다. 반반이다. 분명한 것은 소설을 감상한다는 초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나도 그 중간을 선택한다. 읽어오게 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내가 빨리 읽어 본다. 중요한 것은 읽은 후다. 아이들이 소설을 느낄 것이냐, 아니면 교사가 소설 작품을 분석하는 것이냐에 있다. 늘 그렇지만 수업을 하다보면 어느덧 혼자 수업하는 나를 발견한다. 답답하다. 그래도 기본 생각은 늘 아이들로 향해 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했다. 학습 목표는 ‘소설의 문체를 통해 작가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다. 소설을 감상하고, 등장인물의 삶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이다.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분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설의 문체는 대표적이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작품에 드러나는 문체적 특징의 측면에 중점을 둔다. 이 소설은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벌어지는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또 인간의 본원적 속성인 애정과 운명의 양상을 그리면서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순수 소설이다. 허 생원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 학생들 삶을 돌아보게 한다.

교사나 학생들은 한 시간의 수업 동안 어떤 역할을 할까? 선생님은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듣고, 쓴다. 선생님은 무엇이든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정리해 주고, 학생들은 밑줄을 쳐 가며 받아쓴다. 이것이 일반 학교의 모습이다. 고3 교실로 가면 이런 풍경은 또 바뀐다. 교재는 문제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EBS 교재다.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공식대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생각하는 힘이라도 키워주고 싶다. 소설을 읽고 질문하기 게임을 한다. 이 게임은 말 그대로 ‘~까?’라는 의문을 갖기이다. 소설을 읽고,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을 ‘~까’형으로 질문한다. 예를 보면,
‘허 생원은 왜 매일 그날 밤만 말할까?’
‘동이는 허생원에게 따귀를 맞고도 대들지 않았을까?’

학생들은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것 가운데서 문제를 찾아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면서 문제해결력을 키운다. 또, 스스로 ‘왜?’라고 묻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서도 ‘왜?’라고 물으면서 논증하는 힘을 키운다. 소설을 읽고 질문하기는 국어와 관련된 지식이 모자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아울러 질문하기는 소설의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고력과 분석력을 키운다. 소설뿐만 아니라 수필이나 기타 실용문을 읽을 때도 이렇게 하면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은 각자 질문을 모둠끼리 비교한다. 그리고 모둠에서 좋은 질문 2가지를 모은다. 그에 대한 답도 함께 토론한다. 형식이 없는 간단한 토론이지만 공동 작업을 하고, 토론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기 질문에 대한 오류 개념도 알고, 질문을 스스로 다듬는 경험을 한다. 아울러 친구들과 토론을 하면서, 정보도 교환하여 내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경험을 한다.

그 다음은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소설의 특성을 알기 위해 하는 것으로 학습지를 통해서 제공한다.
학습지에 던진 질문 -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야기하는 사람과 주인공의 관계는?

등장인물은 누가 나오나?
등장인물의 각 나이는?
인물들은 어떤 상황에 있지?
인물의 성격은 어떤 것 같아?
사이가 안 좋은 인물은?
친한 사람(가족 관계 파악)은 누구지?

날씨는 어때?
계절은?
당시는 어떤 시대였지, 연대도 짐작해 봐?
어디에서 일어난 일이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중요한 소품은?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 질문은 소설의 시점, 인물, 배경, 사건 등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이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할 때는 근거도 함께 생각하면 사고력과 논증력을 키운다. 역시 다섯이 한 모둠이 되어 학습지의 질문에 답한다. 모둠에서 풀리지 않는 질문을 추려 칠판에 적게 한 후 다른 모둠에게도 물음을 던지고 함께 답을 구한다. 답을 찾기 어려운 것은 ‘친절한 선생님께 질문하기’로 넘긴다. 그리고 아직도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질문을 만들기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질문에 답을 한다. 질문과 답을 공책에 적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는 교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을 만나고, 더욱 세심한 소설 이해 수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진행할 때 학생들은 어휘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어휘력 부족은 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감상하는 능력 및 비판적 읽기 능력이 부족해진다. 이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에 매달리지 말고 글 전체의 의미에서 그 어휘의 뜻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도록 유도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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