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명회’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 돼야…

2012.06.04 15:31:00


6월이 접어들자 일부 지방대를 포함한 수도권 유명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 홍보와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 측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되나 1학기 기말고사와 6월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모의고사를 치르기 전이라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1일 오후 7시. 강릉시 여성회관에서 수도권 소재 한 유명 대학의 입시설명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날 설명회는 관내 고등학교 3학년 진학상담 교사를 포함해 학생, 학부모 400여 명 이상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올 입시부터는 수시모집 지원의 기회가 6회로 제한됨에 따라 입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곧 합격과 연관될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대학관계자로부터 많은 정보를 직접 듣고 궁금한 사항을 알려는 학부모의 관심이 남달랐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참가한 모든 사람은 일제히 설명회에 나온 대학관계자에게 환영의 박수를 보내주었고, 대학관계자들 또한 입학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설명회를 시작했다. 대학 자체에서 만든 홍보 동영상과 중앙일보에서 발표한 대학평가 순위는 참석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특히 파워포인트를 통해 제시된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정책과 특징은 학부모와 학생들로 하여금 그 대학에 지원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더군다나 입학처장의 재치 있는 입담은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화기애애(和氣靄靄)하게 하였다. 설명회가 진행되는 내내, 요동도 하지 않고 입학처장의 말을 빼곡하게 적어가는 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녀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중소도시는 수도권 대도시보다 대학 입시설명회의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아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가끔 한 번씩 시행되는 입시설명회에 참여하는 것도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리고 대학 홈페이지나 입시학원에 나온 입시정보보다 대학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직접 듣는 것이 오히려 대학 선택을 하는데 더 나을 수도 있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나중에 생길 궁금한 점을 고려해 참석한 대학관계자의 연락처를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입시설명회에 나온 대학관계자의 말만 듣고 결정한 전형과 대학에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떨어졌을 때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수시모집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된 만큼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을 선택하여 도전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부 대학의 경우, 단지 많은 학생을 유치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뻥튀기하여 과장 홍보하기도 한다. 이에 학생들은 대학입시 홍보를 단지 참고로만 해야지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결국, 거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본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입시홍보에서 대학 관계자의 말만 믿고 지원을 했다가 낙방한 사례를 자주 보았다.

학생들 또한 최종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기 전에 진학상담 교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한 대학과 학과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대학 알리미(http://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각 대학에서 공시한 내용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설명회가 끝난 뒤, 대학 관계자는 대학 측에 유리한 입시제도만을 고집하지 말고 교사와의 간담회와 학부모의 질문을 통해 한 번쯤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대학 자체에서 만든 현행 입시제도가 타당성이 있는지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잘못된 점이 발견된다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불합리한 제도를 인정하고 과감히 바꿀 수 있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한다.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단순히 대학 홍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학과 입시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대학 선택을 하는데 있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쪼록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학부모나 학생 모두에게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 될 기회의 장(場)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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