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번째, 시민들이 영화 만들었어요"

2012.10.10 11:18:00

오는 9일(화) 19시, 수원박물관에서 영화제 연다

수원시민이 만든 영화 9편이 9일 19시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선보인다. 시민 9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무대이다.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시사회 관람을 통해 아마추어 영화감독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
 
수원시는 올해 시민 영화감독 40여명을 배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을 대상으로 독립영화사를 차릴 수 있는 아마추어 영화감독을 배출하는 것은 선구자적인 것이다. 지난 6월 12일 20명이 이미 수료하였고 오는 10월 9일 22명이 수료, 작품발표회로 '제2회 수원시민 작은 영화제' 시사회를 갖는다.


이번에 선보이는 상영작들은 지난 7월부터 4개월간 화성박물관에서 진행된 단편영화제작교실 출신 모임인 ‘카사노바(카메라로 사람들과 노래하며 세상을 바르게 담는다)’의 회원들인 시민 영화감독들이 만든 총 9편의 단편영화들이다.

상영되는 영화의 장르는 다큐, 멜로, 드라마, SF 등 다양하다. 시민영화감독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사원, 주부, 자원봉사활동가,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장, 시인, 사진사 등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들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교육생들이 출연배우와 스탭을 맡았다. 1인 3역 이상을 하며 상부상조한 것이다. 

시민 영화감독들의 스승은 바로 영화감독 오점균. 그는 대종상 신인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영상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직접 제작주체가 되고 싶은 시민들에게 영화 만들기를 체험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스토리를 영화화 함으로써 수원이라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며 시사회 소감을 말했다.

필자도 교육생으로서 가족드라마 '4분의 1'에 남편역으로 출연, 청소년드라마 '휘발유 3천원 어치' 대본과 카메라를 잡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과 지역사회 파출소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시나리오 쓰는 일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촬영 실제에 들어가니 출연배우 섭외와 촬영시 스탭진 모으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모여야 작품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아, 이래서 영화감독이 되기 어려운 것이구나!' 영화감독이 대중의 우상이 되고 스타가 되는 이유를 알겠다. 배우들과 스탭들을 모두 끌어안아 자기 사람들로 만들어야 한다. 지식과 지혜뿐 아니라 머리도 뛰어나야 하고 인간관계도 잘 맺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출연자들이 자기 재능을 맘껏 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 작품의 경우, 시험기간 피하기, 추석연휴 피하기, 주연배우 구하기 등의 어려움으로 마음고생을 하였다. 그러나 시나리오 초안을 학생들이 수정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여주고 시의원이 오토바이를 빌려주고. 파출소장의 적극 협조로 경찰차의 오토바이 추적장면, 범인 뒤쫒기의 협조를 받았다. 

교장의 영화감독 데뷔, 주위의 반응이 좋다. 교장이 학생들과 호흡을 맞춰 교육현장의 드라마를 찍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고 학생들도 배우, 스탭으로 출연을 좋아한다. NG 없는 명연기를 칭찬하여 주고 한우 불고기 파티, 피자 간식을 제공하니 그들에게는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이다. 교육적으로 얻는 소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시민들의 작은 영화제, 위대한 작업의 결과다. 보통시민들에게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 성취감을 심어주었다. '영화! 나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이런 강좌를 만들어 준 수원화성박물관, 4개월간 세심하게 지도해 준 오점균 감독의 헌신이 고맙기만 하다. 이번 시사회 영화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실내온도 38⁰C(감독 김애숙) : 꿈과 이상,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청소년, 현실에 힘겨워하는 부모, 이들의 경험과 가치관과의 대립을 할머니의 시각으로 푼다.
▲70대 할머니의 봉사활동(감독 전영희) : 70대의 노구를 이끌고 2009년부터 지속한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오디세이 2030(감독 이정훈) : 혜성충돌로 인한 인류는 멸망하게 되고, 수원을 중심으로 소수의 인간만이 우주로 보내지게 되는데... 블랙코미디 SF!
▲4분의 1(감독 박재련) : 가사분담을 위한 50대 그녀의 귀여운 반란..
▲응시(凝視)(감독 강성민) : 수원 화성을 배경으로 두 청춘이 벌이는 치료와 사랑
▲아버지의 아버지(감독 김승록) : 어릴 때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던 할아버지를 성인이 된 지금의 내가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
▲휘발유 3천원 어치(감독 이영관) : 학교마저 교육을 포기하게 만든 학생들! 이들은 경찰도 무섭지 않다. 무개념 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훔쳐 선도위원회에 회부되는데...
▲ 아일랜드(감독 서정화) : 환경사진가와 함께 떠나는 섬 이야기
▲Apple(감독 윤수린) : 나른한 오후, 달콤한 꿈을 방해받은 주부가 남편을 저버리고 여행을 떠나는데...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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