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은 하는 일도 없으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다?

2012.10.18 09:39:00

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장은 하는 일도 없으면서 교장실 큰 공간에 앉아 월급도 제일 많이 받는다" 

2009년 3월 9일(월) 오후, 서울대 캠퍼스에서 막 입학한 대학 1학년 학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이 날이 교육행정지도자과정 개강식날이어서 그렇다. 길을 묻는 필자가 교장임을 알자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그 학생들은 초교 6년, 중고등학교 6년동안 교장이 하는 일도 모르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럴까? 교장이 하는 일을 누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들을 가르치는 일부 교사가 교장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교장이 하는 일이 없다고? 얼마나 바쁜지 집에서 가져간 조간신문을 읽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져온다. 교장실이 크다고? 교실 반 칸 크기의 교장실도 많다. 월급이 제일 많다고? 학경력에 따른 호봉에 의해 받는다. 교장보다 호봉이 높은 교사가 보수가 더 많다.




요즘 '달라졌어요'가 유행이다. 학교가 달라졌어요,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자녀가 달라졌어요, 남편이 달라졌어요 등이 나오더니 이제는 '교장이 달라졌어요'가 나온다. 좀 있으면 '교육감이 달라졌어요'가 나올 것인가? 올바른 변화라면 환영할만 하다.

수원교육지원청(교육장 김국회)은 16일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EBS 교육방송과 함게 '행복한 학교, 무엇으로 꽃 피워 가는가?'를 주제로 초중 교감 152명과 혁신학교 관련 교장 31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가졌다. 이 날 연수에서 정성욱 EBS PD는 학교를 '관계'로 정의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라고 하였다. 이 '관계'는 학생들의 성적이나 공부보다 더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한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는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라며 자신수업과 마주하며 수업은 물론 학생들과 관계 개선에 도움을 받고 내가 보지 못한 '아이들'을 타 선생님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며 동료의 지지와 응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출연한 선생님들의 변화 모습을 보면 그 말이 사실이다.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교장도 달라질 수 있을까? 7개월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교 교장 세 분의 변화 모습을 보면 긍정적이다.우선 교장들의 얼굴 표정이 밝다. 행복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들은 본인이 정한 도전과제 3가지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또한 교사들과는 물론 어린이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정의 휴지줍기, 교문에서 어린이 맞이하기, 어린이 상담하기 등이 교장의 주된 일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모 연수기관장, 학교장의 배식하는 모습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교장은 하루 결재만도 수십 건이다.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 시설물 안전관리도 책임져야 한다.

용기 있게 교장의 일상을 공개한 그 분들이 뜻이 고맙다. 자신의 장단점을 드러내 놓고 코칭 받으며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1일 교장 바꾸기를 시도하고 '나'를 스스로 드러내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모습이 우리 교육발전의 큰 획을 그을 것 같다.

이들 세 교장이 내린 '교장의 역할' 결론은 무엇인가? 바로 교장의 역할은 행복한 학교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 행복한 학교를 건설하는 것이다. 학생이 학교에 가고 싶어, 교직원이 출근하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학부모도 이 학교 보내기를 잘 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들 출근이 행복하다"(부천 부명초 신현철 교장)
"앎이 삶이다. 아는 것을 실천하자"(김포 사우초 이흥신 교장)
"내 것을 열고 나누어 갖자. 내 것을 공개하면 큰 것을 얻는다"(성남 보평초 서길원 교장)

세 학교 교장의 '교장이 달라졌어요' 참가 후기다. 공교롭게도 세 학교 모두가 혁신학교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152명의 교감들은 예비교장 연수를 받은 셈이 되었다. 교사가 변하면 한 반을 변화시키지만 교장이 변하면 학교 전체가 달라진다. 교장들, 어떻게 할 것인가? 수원교육지원청은 혁신학교 선도교육청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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