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보다 힘든 것은 바로

2012.10.22 09:25:00

'이러다가는 제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교단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교단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학교가 이렇게 변하고 학생들이 이렇게 변했는데, 이제는 정말 힘이 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학교에는 학생과 학부모만 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들의 설 자리가 도대체 어디인지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제 50대 초반인 어느 여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할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이 불과 2년 전쯤의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업무에 시달려도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는 순간은 모든 것을 잊고 즐겁게 수업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선생님은 아이들 잘 지도하고 아이들 마음 잘 이해하는 선생님으로 소문이 난 상태이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이제는 교단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다니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요즈음 수업에 들어가면 아이들 분위기 잡아서 수업하기까지 한참이 걸립니다. 그러다가 도중에 잠깐 혼란스러워지면 또 분위기 잡는데 한참 걸립니다. 보통 한 시간 수업하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 발생으로 학생들이 소란스러워지는 경우가 2-3회 정도 된다고 볼때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다시 수업분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이야기를 잘 하진 않지만 수업시간에 이런 저런 일들로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같은 학교에서도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교권침해 사례를 조사해도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용기를 내어 교권침해 사례를 이야기하는 교사들은 전체 교사들 중 극히 일부일 것이다. 제자들에게 수업시간에 욕설을 듣었다면 그 사실을 쉽게 이야기 하겠는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겨우 할 수 있는 일은 생활지도 담당부서에 연락해서 학생을 지도해 달라는 것 정도일 것이다.

교사가 아닌 교육전문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학교를 잘 모른다.'라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학교는 예전의 학교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제아무리 교육전문가라고 해도 학교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예측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의 사각지대, 아직도 인권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곳이 학교라고 이야기하는 교육전문가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학교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교사들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고, 조금 더 지나면 교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아주 흔한 현상이 될 것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이 정말로 교사가 약하고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미성년인 학생들과 대응해서 교사들이 학생에게 체벌을 가했다면 그 여파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다. 학생이 때리면 그냥 맞고 마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대충 얼버무려 넘겨 버리지만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면 절대로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된지 오래이다. 그 현실이 교사를 학교 밖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라는 발표가 있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들보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직업이 교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정말로 사명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학생이 교권을침해 해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이 대단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포기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싶다.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대드는 일보다 더 힘든일은 바로 수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참고 수업을 할려고 해도, 그 분위기가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체벌금지로 인해 아이들에게 단 한대의 체벌도 가할 수 없잖아요. 단 한대라도 허가가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더 수업하기 편할 것 같아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 체벌을 금지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교육을 포기하기 전에는 이런 조치가 내려질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후배교사들은 우리보다 더욱더 많은 고생을 할 것입니다. 현실이 정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오늘의 학교현실이다. 더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답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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