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교감과 교사의 힘겨루기(?)

2012.10.22 09:26:00

교감이 하는일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교장은 또... 교사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 내리는 이야기이다. 교장과 교감은 학교의 관리자이다. 교장은 학교에 문제가 발생하면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교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라도 교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 교감 역시 교장보다는 덜 하겠지만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책임이 있기 때문에 수업을 시키지 않고 학교경영을 잘 하라고 있는 직위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교감의 처우 개선 노력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라고 해도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관심을 갖는 교사들도 꽤나 많다. 교감의 업무가 많기는 하지만 교사들 만큼 업무가 많다고 할 수 없다. 일단 수업을 하지 않는 것만해도 특혜다. 그런데 교감을 위해서 처우개선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사들 처우개선이 우선이다. 담임수당을 인상해 달라고 하는 것은 결국 교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것들이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2년전에 교감선생님이 갑자기 병가를 내는 바람에 한 학기이상 교감 역할을 대신한 적이 있다. 교사가 보는 것보다 교감의 업무는 상당히 많았다. 공문을 분류하고 결재를 하나 하나 살피면서 진행하는 것은 그래도 쉬운 편에 해당된다. 수시로 부장교사와 일반교사들의 상담을 해야 한다. 상담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학교의 교육활동을 추진하면서 방법이나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교육청에서 연락오는 일을 처리해야 하고, 교장의 부름을 받고 여러가지 논의를 해야 한다. 연말이 되어가니 근무성적평정, 신학년도를 대비한 교육과정 검토, 업무분장 조정, 교원인사, 교원전보 등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교사들의 수업공개를 일일이 챙겨서 참관해야 하고, 교원능력개발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수시로 열리는 교육청의 교감회의에도 대리로 참석해야 한다. 아침과 저녁에 전체 교실을 돌아 봐야 한다.

일과중에도 각 교실을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 점심시간에도 순회지도를 해야 했다. 방학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출근했다. 수시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방학이어도 교육행정기관은 방학이 아니기 때문에 내려오는 공문과 이에따라 처리해야 할 공문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필자는 수업을 하면서 교감업무를 대행했기 때문에 더 바쁘고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한 학기동안 체중이 몇kg이 빠질 정도로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교감이 새로 부임해 오니 업무많은 교무부장을 하면서도 훨씬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감업무를 대행하고부터는 교무부 업무를 거의 챙겨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부서의 교사들이 교무부장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업무를 깔끔하고 빈틈없이 처리해 주어서 견딜 수 있었다.

사실 교감의 업무를 수당조금 인상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 실질적인 업무경감이 더 중요하다. 수당 더 줄테니 일 많이 하라고 하는 것에 공감할 교감보다는 교감의 업무를 조금이라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할 것이다. 업무와 돈을 선택하라고 하면 업무경감쪽을 선택할 것이다. 필자가 교감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업무대행을 해본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일부 교감들은 자신의 할일을 슬그머니 보직교사에게 밀거나 업무 자체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교감들이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바쁘고 힘들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일부의 교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감의 업무로 인해 눈 코뜰새 없이 지내고 있다고 본다. 학교에서 교감의 역할은 일을 찾으면 찾을수록 많아지게 되어있다. 눈으로 보면서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항상 교감,교장과 교사들의 힘겨루기 양상이 있다. 관리자와 교사 사이에 힘겨루기를 한다는 표현이 다소 적절하기 않을 수도 있지만, 교사들은 교감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지만 자기들 끼리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도 그것이 마치 모든 교사들의 생각인 것처럼 유도하기도 한다. 교사들의 이야기가 맞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교장, 교감이다.

그러나 그 피해가 곧 나타나지 않는 것은 더욱더 큰 문제이다. 직접 이야기를 한다면 서로 해명도 되고 이해도 될 수 있지만 관리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 교사들은 많지 않다. 학교가 아무리 무질서한 관료제 조직이라고 해도 교장, 교감과 학교교육의 문제점이나 교장, 교감의 문제를 쉽게 이야기할 교사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 잘못된 정보를 통해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교장, 교감은 교사들에게 불만인 부분이 있을 것이고, 교사들은 교장, 교감에게 불만인 부분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이는 어쩌면 서로의 대화부족이 문제일 수 있다.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업무적인 대화 외에는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호간의 소통이 제대로 될리 없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교장, 교감과 힘겨루기를 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교감의 처우개선과 교사의 처우개선을 똑같이 보거나, 어느 한쪽을 위해 한쪽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 서로가 도우면서 win-win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교사들도 바쁘고 힘들지만 교감 역시 교사들 못지 않게 힘들고 바쁘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다만 교감들도 교사들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말고 학교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감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지면 모든 교감이 혜택을 받게 된다. 최선을 다하는 교감에게도 처우개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는일 없이 월급만 더 받는 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교감, 교장과 교사들 모두 교육공동체임을 명심하고 서로를 조금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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