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소풍을 가거나 학급별 체험학습을 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게 된다. 예전에는 물은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요즈음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시대가 변하고 그에따라 학교의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외부로 활동을 나갈때는 학생들의 의견이 절대적이다. 학생들을 위한 활동이니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장소만 정해지면 모든 진행은 순조롭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서 장소를 결정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다. 몇 군데로 압축을 해도 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혹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준 적이 있는가.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미 학생들이 관람을 했거나 재미없다는 풍문 때문에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결국 시간만 보내다가 시간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외부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의견이 달라서 쉽게 정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언쟁만 벌이가다 결국은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교사가 나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가본 곳이다. 거기 가봐야 할 것이 없다. 왜 입장료 비싼 곳에 가느냐. 어떤 학교에서 갔었는데, 재미없다. 라는 등의 이야기로 인해 결정이 쉽지 않다. 결국은 다수결로 결정을 하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따르지 않는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학생은 외부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까지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이야기를 좀 하려고 서설을 길게 늘어 놓았다. 학생들과 후보자들이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일화를 해서 다시는 진보진영에 교육감 자리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이 진보진영의 주장보다 앞서 보인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단일후보를 추대하였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독자적인 행보를 간다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단일화과정이 잘못됐다는 명분으로 독자 행보를 선언한 후보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철학도 있고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 교육감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자신이 단일 후보로 추대되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지명도에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간다거나 단일화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독자 행보를 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승복을 해야 한다. 승복이 어렵다는 양보 차원으로 한걸음 물러서면 좀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에게는 다수결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가르친다. 서울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우면서 단일화에 불복하는 것은 교육자의 태도가 아니다. 단일화 후보가 정해진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출마하여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동안의 선거를 보면 최소한 그랬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결정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진보진영도 단일화가 진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 주었었다. 보수진영도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좀더 쉽게 단일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넓고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로 나서는 모든 후보는 자신이 가장 최적의 후보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생각은 옳지 않다고 본다. 또한 교육감 선거가 서울시민 모두의 투표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꽤나 알려져 있다고 해도 전체 시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한 것이다. 좁은 지역에서의 활동으로 교육감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도 단일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진보진영의 단일화는 보수진영보다는 비교적 잘 되었었다. 결과에 승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진보진영의 교육감이 대거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주진영도 단일화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결과에 따라야 한다. 일정한 룰에 의해 결정된 단일후보를 흠집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승복을 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위하는 길이고 교육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길임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