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의 TV토론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관심있는 교사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지켜 본 듯 하다. 관심있는 교사들이 보았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교사들이 지켜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교사들도 이런데 일반인들은 과연 얼마나 그 토론을 지켜 봤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교사들보다 훨씬 더 적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방송 시간대가 쉽게 시청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평일 오전 10시면 대부분 생업에 종사할 시간이다. 한가하게 토론방송을 지켜볼 여유가 없을 시간대이다. 결국 언론사 관계자나 선거에 관련된 인사들과 극히 일부의 유권자들이 토론 방송을 지켜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틈에서 필자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분을 지켜 봤었다. 물론 일부 동료교사들과 같이 보았다.
토론방송을 보고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정책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정책이 별로 없다는 것과, 대결구도가 4:1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특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보다는 기존의 정책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형국으로 토론이 진행되었고, 그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에서 4:1의 구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과정이 그렇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일부 정책에서 중도 입장을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4:1이었다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이 지켜본 동료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진보교육감이 중도 퇴진하였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는 당연히 전임 교육감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이야기 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지금까지의 정책이 잘못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쪽의 의견을 내놓았다고 보았다고 한다. 결국 정책 대결보다는 어쩌면 진보, 보수라는 이념 대결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선거라면 이념과 사상보다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옳다.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현장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교사출신 후보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인권조례를 만들기 이전에 인권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후보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학생이나 교사들 모두가 인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의 시험폐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후보도 있었다. 어떤 시험을 폐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일부 후보들은 이 부분을 오해하고 있는 듯 싶었다. 시험을 폐지한다는 것은 정규고사를 폐지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평가를 폐지한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즉 학교 전체가 동시에 치르는 정규고사는 폐지하되, 좀더 다양한 평가를 통해 정규고사를 대체 하겠다는 것이다. 수행평가나 기타 포트폴리오평가 등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쉽게 이야기하면 수시 평가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규고사보다는 학생들이 부담감이 덜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또한 문제가 있는 정책은 과감히 개선하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교원들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교원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교원들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당연히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모든 후보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은 교육감의 임기는 1년 6개월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많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거짓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어려운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짧은 시기에 많은 정책을 추진하다가 단 한가지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개선하여 교권을 확보하고, 학교를 정상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같은 것이다. 진정한 서울교육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후보가 과연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교육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후보, 교육현장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후보를 뽑는 것이 서울교육을 정상화시켜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