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와 꼴찌, 미스테리(?)

2012.12.17 00:13:00

우리나라 초 중학생들의 수학, 과학 실력이 세계에서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50개국 초등학교 4학년과 42개국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 의2011 결과에서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학, 과학 성적이 1-3위안에 들었다고 한다. 5년전보다도 순위가 더 올랐다고 한다. 이 결과만 놓고 볼때는 우리나라의 수학, 과학 교육이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수학, 과학 성적이 세계 최고임에도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은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결과이거나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흥미와 자신감이 겨우 10%를 조금 넘거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잘못된 조사결과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성적과 흥미, 자신감이 서로 비례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필수요건이 성적이기 때문에 흥미나 자신감과는 별개로 이들 두 과목의 공부에 매달릴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볼때 상급학교 진학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성적과 흥미나 자신감이 비례했다면 훨씬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과학은 탐구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 잡힌다. 탐구력 향상이 필수인 과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의력까지 겸비한 인재를 길러낸다면 더욱더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도 과학학습을 통해 탐구력이 증대되고 창의력이 높아지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탐구중심의 수업을 하면 금새 지쳐버리고, 토론수업을 좀 할려고 하면 학생들이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간혹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낀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탐구활동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게 되면 학생들은 그 실험에 대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론과 다른점이 무엇인지 찾아내려는 노력보다는 수행평가에 반영이 되는지의 여·부와 반영이 된다면 몇 점이 반영되는가에 관심이 더 높다.

만약 수행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면 실험은 더욱더 어렵게 된다. 탐구활동을 제대로 하도록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영이 되지 않는다. 일부 학생들은 기본에 충실하게 실험에 참여하고 결과에 대한 발표도 잘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아니다. 결국 이들 학생들이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10%정도의 학생들이 아닌가 싶다.

과학수업의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연수를 많이 받고 있다. 실제로 공감을 하고 연수를 받은 후에 학교에서 시도해 보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 시도가 금새 실망으로 변하여 교사의 의욕이 먼저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현재의 수업방법이 훨씬더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과학교육에 희망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실험도 집단실험이 아닌 개별실험으로 변해가고 있고, 실험결과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학생들이 서서히 갖추어가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실험이나 수업 기자재들이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수해 졌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예전에는 실험기구가 없어서 제대로 실험을 하지 못했지만 현재는 언제든지 실험이나 탐구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확실히 좋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 교사들이 늘 고민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원론적으로 입시위주의 교육이 문제라고 지적한다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 아침에 입시위주의 교육이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입시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 역시 미흡한 것이 현재의 분위기 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여건이 미흡하지만 교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학생교육에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흥미도와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백번을 교육하여 한번만 성공하다면 그 교육은 성공적이라고 한다. 교사들이 시도하는 만큼 학생들이 따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계속해서 시도하다 보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전담하는 교사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지만 교사들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실험을 하거나 다양한 탐구활동을 하려해도 교과서의 내용이 너무 많다는 문제는 선결 되어야 할 문제이다. 실험이나 탐구활동을 강화하다보면 정해진 내용을 모두 다루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같은 개념을 가르치더라도 좀더 축소하여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편성하여 가르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수학, 과학, 특히 수학은 입시에서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수학을 잘 못하면 대학진학이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흥미와 자신감을 갖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학생들이 잘 따라오지 않고, 여건도 어렵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해 보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모든 조건이 잘 갖추어지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지만 그 조건이 만족되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세계최고와 최하위는 계속해서 공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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