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관이다. 충남교육청의 교육전문직 장학사 선발시험에 부정의혹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만해도 ‘설마 그럴 리가’생각했다. 기우이기를 바랐다. 차라리 불합격한 사람들의 질투에 사로잡힌 투서나 경찰의 실적내기 경쟁이 부른 헛발질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하나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관련자들이 줄 소환되면서 일부가 구속되었고, 소환 대상자 한 명이 목숨을 끊자 희망은 이제 절망으로 바뀌었다. 내가 소속된 교육청이 아니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시민과 학생들은 그러한 전문직 시험 비리를 어느 한 교육청으로 국한해서 생각하지 않고 다른 모든 곳들도 그러려니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필기시험 문제를 출제한 후에 밖으로 몰래 가져나와서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최근 언론지상에 나오는 것을 보면 출제 전부터 미리 문제를 알려주고서 알려준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어느 부도덕한 한 개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고위층 연루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매관매직을 한 것이다. 합격한 대다수 전문직 예비합격자들이 이런 식으로 합격한 것이라면 들러리를 선 탈락한 다른 사람들은 억울함을 넘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벌인 것에 대하여 분노를 일으킬 것이다.
제일 문제인 것은 이러한 사태 때문에 평소 결과 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부정한 100점보다 정직한 50점이 낫다고 가르쳐온 교육자의 가르침을 학생들이 헛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기야 얼마 전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청소년과 성인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청렴성 조사를 한 결과 ‘부정한 입학이나 취업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40.1%로 성인의 31%에 비해 높았다고 한다. 한편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 중 큰 것은 학교, 가정, 언론매체, 또래집단 등이었다고 한다. 청소년이 생애주기에서 학교에서 생활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배우는 것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가르치는 사람의 행동이 일치해야만 받아들이는 학생이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소용없다는 속담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는 외양간을 지금이라도 고쳐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대책이 있겠지만 우선 교육전문직 1차 시험을 지금 같은 시험이 아닌 교원 재직 시 인성과 근무 성적, 다면 평가 등을 고려해 여러 가지 잣대로 다양화해서 적격 인원을 선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험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유출 방지를 위해 외부인원을 과반이상 늘려야 한다. 그리고 자체적인 문제출제 보다는 오히려 제3의 전문기관에 위탁해서 객관성을 담보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교육전문대학원에 선발을 의뢰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현재의 신규교사 채용 문제 출제처럼 시․도교육청 공동출제로 하되 순번을 매겨가면서 주관 교육청을 정해서 시행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기회에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교육전문직으로 임용된 교원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위해서 교원으로의 전직을 제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면 이 모든 사태의 근저에는 전문직 합격이 곧 교감, 교장 승진에 있어서 지름길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교육전문직 선발 부정사태, 단순한 어느 한 교육청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서 개선책을 도모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왜냐면 인사는 만사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교육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바로 사람이 한다. 올바른 사람을 가려 뽑는 것, 그것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