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5일)을 하루 앞두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방학 중 근황도 궁금하고 개학이 내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매년 개학날이면 몇 명의 아이들이 결석하여 걱정을 끼친 적이 많았다. 결석한 아이들의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 개학 일을 잊어버린 경우
- 가족과 해외여행 중인 경우
- 아프거나 병원에 입원한 경우
- 교회나 단체 수련회 참가 중인 경우
- 친척 집 방문하여 돌아오지 못한 경우
무엇보다 담임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 되는 것은 그 누구와도 연락이 두절된 채 결석한 아이의 경우이다. 물론 드문 일이지만 말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개학 날, 아이들의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교실 문을 열었다. 늘 그랬듯이 아직 등교하지 않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아직 학교에 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전화해 볼 요량으로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교무실로 와 전화를 하였다.
그 결과, 한 녀석은 늦잠을 자고 있었으며 어떤 아이는 개학인 사실조차 몰라 내 전화에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또한, 한 여학생의 경우, 전화를 받지 않아 그 아이의 어머니와 통화하여 안 사실이었지만 급성맹장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아직 등교하지 않은 네 명 중 세 명과는 그나마 연락이 되어 다행이었으나 나머지 한 녀석과는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녀석의 결석에 대해 아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평소 성격이 내성적이라 말 수는 적었으나 교우관계가 그다지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그리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녀석은 가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만 하는 녀석이었다. 그래서인지 녀석의 결석이 더욱 신경 쓰였다.
처음에는 본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여러 번 걸었으나 매번 결번이라는 멘트만 계속해서 흘려 나왔다. 할 수 없이 학기 초 적어낸 자택과 부모님 휴대폰 등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전화해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그날, 퇴근 무렵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내 머릿속은 그 아이의 생각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한편 방학 중 그 아이에게 연락 한번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공무원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가족 모두가 이사를 하게 된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전화에서 아이가 전학 갈 학교를 알아보고 난 뒤에 연락한다고 하는 것이 조금 늦었다며 그간 있었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그 사건 이후, 담임을 할 때마다 꼭 실천하는 3가지 습관이 생겼다. 우선 방학을 하기 전에 아이들과 상담하는 일, 아이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일 그리고 개학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전화하는 일이다. 비록 전화 요금은 많이 나오겠지만.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선 학기 중 말썽을 많이 부렸던 아이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번호 순대로 전화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개학이 내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방학을 아쉬워했다. 몇 명의 아이들은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고향으로 내려오는 중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방학식 날 개학 일과 등교 시간을 힘주어 이야기했음에도 등교 시간이 몇 시냐고 묻는 아이들도 있었다. 직접 통화를 하지 못한 몇 명의 아이들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며 방학 동안 전화번호가 바뀐 몇 명에게는 부모님과 통화하여 개학일과 등교 시간을 일러주었다.
학기 중 지지고 볶고 해도 안 보면 보고 싶어지는 것이 아이들인가 보다. 방학 중 아이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새삼 그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개학과 동시에 ‘미운 정, 고운 정’ 다든 이 아이들과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지난 날 못 다한 꿈을 꼭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