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5) 떡국대 만들기, 썰기

2013.02.11 18:14:00

설날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5-- 떡국대 만들기, 썰기

요즘은 떡국대도 시장이나 떡집에서 그냥 사오면 되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만들어 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각자 자기 집에서 만들어야 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 직접 떡국 대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자라다가, 중학교 시절부터 방앗간에서 떡국 대를 뽑아주는 곳이 생겼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아버님께서 방앗간을 운영하고 계셨기 때문에 떡국 대를 뽑는 일을 도와야 하였다. 중 2,3 때인 1958,9년의 설날이 다가올 때는 방학 동안이 되어서 이일을 도와드리곤 하였다.

집에서 직접 만들기는 떡쌀을 담가서 그냥 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하면 곱지 않다고 가루로 빻아서 익혀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익힌 밥이나 익힌 가루를 절구에 넣고 곱게 찧어서 잘 찧어진 것을 큰 도마 위에 놓고 길게 늘이면서 비벼서 요즘 기계로 뽑은 떡국 대처럼 만들어서 말려 둔다. 만 하루가 지날 무렵에 썰어야 하는데, 만약이 너무 시간이 이르면 칼에 달라붙어서 썰기가 쉽지 않고, 너무 마르면 손바닥에 멍이 들도록 썰어야 하였다. 이렇게 써는 일이 힘들다 보니 어떤 집에서는 동전모양으로 떡국 대와 직각이 되게 썰어서 동전모양을 만등어서 떡국을 끓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에서는 약 45도의 각도로 썰어서 길쭉한 타원형이 되게 써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 파는 떡국 모양으로 써는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방앗간에서 떡국 대를 뽑아주게 되었을 때부터는 떡국 대를 좀 더 많이 하게 되었는데 기계로 뽑은 떡국은 더 굳기 쉬워서 조금만 늦어지면 도저히 썰 수가 없게 된다.

중2학년 때 우리 집은 전남 장흥군 유치면 공수평이라는 마을에서 물레방앗간을 하시고 계셨다. 방학 동안이어서 떡국 대 만드는 것을 도와드려야 하였는데, 각자 집에서 밥을 쪄 가지고 오면 시루째 방앗통에 부어서, 막대로 쑤셔 넣어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온 종일 하게 되면 어지간히 힘센 장정이라도 몸살이 날 지경이 된다. 온 종일 차진 쌀밥을 눌러서 내려가게 만드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들어 하시는 아버님을 대신하여 내가 한 두 시간씩 교대를 해드리곤 하였다. 보통은 단 번에 빼 나오지만 아주 나쁜 경우는 두 번이나 빼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져져서 더 힘이 들었다. 방앗간의 틀에서 단 한 줄이 나오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아버님께서 두 줄이 나오게 손수 만드신 마우스를 썼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뽑을 수 있었다.

잘 뽑아진 떡국 대를 펴서 굳어지게 하고 마르면 썰어야 하는데, 방앗간에서 뽑은 떡국 대는 어지간히 단단해서 굳어지기만 하면 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써는 기계를 만들었다. 떡국대가 통과할 만큼한 대나무 통을 45도 각도로 잘라서 도마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한 대나무 통을 통과하여 나오는 떡국 대를 칼을 마치 작두처럼 작용을 하게 대고 자르기ㅐ 시작을 하면 적당한 속도로 밀어 넣으면서 칼을 눌러주기만 하면 저절로 잘 썰어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써는 작업은 온가족이 총동원이 되어야만 하였으니 온 집안의 남녀 할 것 없이 어른들은 모두 모여서 빙 둘러 앉아서 썰어서 한 가운데에 둔 커다란 함지박에 수둑하게 쌓이도록 썰어대곤 하였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우리 집의 식구가 15,6명이나 되었으니, 한 번에 한 끼 먹을 떡국을 끓이는데도 한 함지박이 들어갈 정도이었으니 어지간히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그래서 설이 돌아오면 온 가족이 모두 설 준비를 하는데 함께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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