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어떻게 보내셨나요?

2013.02.15 10:56:00

올해는 설날이 일요일과 겹쳐서 월요일만 평일휴일로 가장 짧았던 설 연휴가 지나갔다. 

눈길에다가 날씨까지 추워서 명절분위기가 다른 해 보다 덜했던 것 같다. 음력을 사용해온 우리나라는 양력설과 음력설을 쇠는 이중과세가 있었고 음력설은 한 때 구정이라고 하여 국가에서 신정을 쇠도록 공직자들부터 솔선하도록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조상대대로 내려온 전통을 물리적으로 막지는 못하였고 민속의 설명절로 3일간을 쉬도록 하고 있다.

'설'이란 말의 유래는 조심스럽게 한 해를 맞이하는 날이란 뜻으로 예로부터 설, 원단, 세수, 연수라 불리기도 했다. '설'이란 말의 뜻은 '사린다.', '삼간다.'에서 온 말로 모든 날의 첫날이니 조심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설날을 '신일(삼가는 날)'이라고 하면서, 바깥에 나가는 것을 삼가고 집안에서 지내며 조상에게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주기를 빌었다고 한다.

설이 닥아 오면 명절 차례 상 준비를 하면서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명절선물을 보내는 풍속이 있어 택배회사는 분주하다. 친인척을 직접 찾아뵙고 새해인사를 할 때 선물을 전했는데 요즘은 선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사는 전화로 주고받으며 과거 보다는 편한 세상에 살고 있다.

명절 전날에는 집안 대청소를 하고 목욕을 한 다음 차례 상에 올릴 제수를 준비한다. 설이 닥아 오면 설빔을 준비하여 예쁜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낸다. 만두를 빚어서 가래떡을 썰어 넣고 떡국을 끓여 차례 상에 올린다.

그 외 설 명절 음식으로는 수정과, 다식, 산적, 식혜, 강정, 약과, 잡채, 갈비찜 등을 준비하느라 주부들이 바쁜 날이기도 하다. 요즘은 가정에서 전통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사다가 먹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명절이 되면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고향집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가족의 정을 느끼며 그 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하며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고 정을 주고받는 기회이다.

설날 아침에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나면 온 가족이 떡국을 비롯한 명절음식을 먹으며 음복(飮福)을 한다. 상을 물리면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고 어른들의 덕담을 듣는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주는 세뱃돈을 받아 들고 좋아한다. 세배가 끝나면 온가족이 모여서 윷놀이를 한다. 상품도 걸고 윷을 놀면 온가족이 함께 화합하며 웃을 수 있는 좋은 날로 기억에 남는다.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도하고 친척집도 찾아가 인사를 나눈다. 결혼한 아들은 처가에 가느라 성묘를 함께하지 못하기도 한다. 명절에는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고향 길을 가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하루 종일 도로에서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한다. 기름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명절 때 허비하는 기름이 얼마인가?

겨울철이라 크고 작은 차량사고도 명절 분위기를 망치기도하고 화재도 일어나고 도시의 빈집을 털어가는 도둑들이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더 심한 것은 아이들이 뛰면서 층간 소음 때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싸움으로 번져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농경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되었던 설 명절이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정보사회를 살면서 분명히 잘 살게 되었다. 자가용에 휴대폰으로 소식을 전하며 삶의 수준이 급격히 향상 되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정을 주고받으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가난했던 시대엔 벌어지지 않았던 끔찍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마을 사람들이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명절에 농악놀이나 널뛰기, 제기차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를 하며 함께 즐기던 명절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

아직은 극히 일부이지만 명절 연휴에 국내외 여행을 떠나 콘도에서 주문한 제수로 차례를 올리고 핵가족끼리 즐기는 명절문화도 있다고 한다. 명절을 보내는 데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음식준비에 지친 주부들은 명절증후군을 앓는다고 한다. 모처럼 가족이 모여서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는 자기주장을 내 세우다가 부부싸움으로 번져 이혼까지 하는 가정도 있다는 것은 명절을 망치는 예일 것이다. 과식과 과음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으니 시대에 맞는 화목하고 아름다운 새로운 명절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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