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싫어 우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되었나요?

2013.02.21 22:00:00

요즘 교육 현장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스승은 없고, 선생님만 있으며, 제자는 없고 학생만 있다.”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스승이 없고, 진정한 제자도 없는 교육 현장, 그곳에는 선생이라는 오직 월급쟁이가 있을 뿐이고, 스승에게 존경을 바치는 제자가 아닌 수업을 들어주어야 하는 학생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졸업식장에서 엉엉 우는 아이들이 그리도 흔하고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졸업식 날이면 졸업생은 싱글벙글하고 섭섭해 하기는커녕 어서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즐겁고 시원해 하는 모습들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교육현장이 이렇게 황폐화 되었다든가, 정이 없는 시장바닥이 되었다는 말들을 하지만, 과연 그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성찰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작은 아들의 둘째인 손녀의 유치원 졸업식에를 가보았습니다. 참 또릿또릿하고 정이 많은 아이이어서 원장님이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을 듣고 집에서와 같이 잘 어울리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졸업식이 진행 되는 동안 내내 활짝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기도 하는 아이가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담임선생님들의 송별인사가 진행되면서 식장의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린 제자들과의 헤어짐이 섭섭하여서 글을 낭독하다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변하였고, 목이 메어서 제대로 읽어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졸업생 석에서는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고 마침내는 아이들이 모두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기 자녀들의 울음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휴지를 들고 다가서기도 하고 손수건으로 눈물과 얼굴을 닦아주면서 달래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손녀가 가장 슬피 울어대는 바람에 엄마가 달려가서 달래고, 부둥켜안고 얼굴과 눈물을 닦아주었으나 그치지를 못한다. 할머니가 다가서고, 할아버지인 나도, 그리고 친오빠와 사촌 오빠가 등을 토닥이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면서 달래었으나 얼른 그치지를 않아서 한 동안 힘들었습니다. 간신히 엄마가 안고 가서 옷을 갈아입혀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마치 여왕벌을 에워싸듯 온 가족이 모여들어서 달래고 얼러서야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서럽고 슬퍼하는 모습은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참으로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 되어버렸지만, 오늘 이곳 홍제동 예그린 유치원의 졸업식장은 한마디로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별로 울지 않는 것 같았으나, 36명 졸업생중 20여명이나 되는 여자아이들은 안 우는 아이가 없었으니 그만큼 이 유치원이 정이 들었고 선생님과의 생활이 즐거웠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초, 중, 고등학교에서 졸업식과 학년말 방학식이 있었습니다. 이제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과 선생님이 헤어져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야 하고 새로운 선생님과 새학년을 시작하여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생활을 뒤돌아보면서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학년말 방학을 하면서 혹시 선생님의 반 아이들 중에서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서 우는 아이가 몇 명이나 있었는지 한번 생각하여 보십시오.

그리고 내가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정을 주고 아이들과 생활을 선생이 아닌 스승으로서 살았었는지를 뒤를 돌아보십시오. 혹시 내가 1년 동안 맡았던 아이들에게 지난 1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하는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었으며, 가장 기분 나쁘게 생각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선생님이 내게 한 가장 섭섭했던 일은 무엇인지 이런 앙케이드 같은 것을 해보았는지요?

선생님도 인간이기 때문에 분명 잘못을 저지르고, 의미 없이 내던진 말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기 마련입니다. 내가 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아이의 입장에서, 그 아이의 심정이 되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여지고, 아무리 삭막하여서 스승도 제자도 없는 시대라지만, 내 마음의 진심을 다한 제자 사랑은 반드시 제자들이 가슴에 사랑을 심어주고, 존경심을 담아 줄 수 있으며, 스승으로 제자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57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필자는 6학년 담임선생님의 제자 사랑을 가슴에 담아서 2002년에는 [TV동화 ; 행복한 세상]에 소개해드리기도 하였고, 2010년 갑자기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가끔이지만 연락을 주고받았었습니다. 교장 승임을 할 때 “가르치심을 내려 주십시오.“ 하였더니 은사님의 스승님에게서 받으셨다는 <교장으로서 해야 할일>을 보내주셔서 늘 좌우명으로 삼고 열심히 노력하였고, 나의 제자가 곧 교장 강습을 받게 된다기에 전해주려고 합니다. 어쩜 4대째 내려오는 가르치심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에 교훈을 심어주고, 좌우명을 새겨주신다면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도 진심으로 따르는 제자가 생길 것이며,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받은 제자에게서 스승으로서의 존경을 받는 진정한 스승으로 우뚝 서시게 될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생활을 마치면서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이 생기도록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진심을 실어서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그런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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