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가 몸살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인사 관련해서 검찰 수사 중인 교육감들이 있는가 하면 교육전문직 시험문제 유출과 뇌물수수 관련하여 조사받던 교육감이 음독하는 비극적 모습을 연출한 광경도 있다. 선거와 관련하여 수많은 법정논란 끝에 중도하차한 서울교육감 사태는 이 또한 무슨 참담한 모습이런가. 어떤 언론인은 교육감들이 범죄학 교과서를 새로 쓰고 있다고 쓴 소리를 퍼붓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의 눈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처참함 그 자체일 것이다.
이러저러한 교육계 모습에 염증을 느껴서 지친 여러 사람들이 이제는 이 모든 사태의 근본에 교육감 직선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하면서 폐지하든지 손을 보자고 달려든다. 선거를 치르자면 적어도 50억 원 정도를 들여야 하므로 평생 교육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이 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고, 국가에서 보조를 받아도 상당한 액수의 빚을 떠안아야하므로 필연적 부정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선거 한 번에 패가망신 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선거 후 빚을 보전해야 하니 인사와 관련한 뇌물이 오가기도 하고, 보은 인사를 하다 보니 교육행정이 잘 굴러갈리 만무하다. 당연히 시민들과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계의 치부를 자주 봐서 직선제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우선 필자는 앞에서 말한 교육계의 부정적 현상들에 대해서 추호도 옹호는 물론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간에 법을 어긴 부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교육감이라도 철저한 단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건 간에 그 근본을 따지다 보면 구조적 문제점을 찾게 된다.
그것은 직선제라는 선거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함량미달의 교육수장을 뽑아서 생긴 문제일 것이다. 물론 근저에는 그런 사람을 철저히 가려낼 수 있게 하는 여러 장치들인 토론회나 후보검증 장치들이 철저히 준비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점과 함께 유권자들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도 큰 몫을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정치인들은 합법적인 선거비용 조달을 위해 후원회 등을 조직해서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게 하면서도 교육감은 선거비용 마련을 위한 후원회 등을 만들지 못하는데 있다고 본다. 관련법을 정비해서 선거 자금 문제로 인한 뒤탈을 없앨 수 있게 제도적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감의 정실․ 학연․ 혈연 인사 문제는 비단 직선제로 탄생한 교육감만의 전횡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발생하는 부정적 모습이다. 그렇기에 이런 부정적 모습을 가지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논거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교육자치제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하여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각 지방의 실정에 맞는 적합한 교육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교육제도로 그 의미가 상당하다. 그런 교육자치제도가 여러 번 제도를 바꾸면서 도입된 지 겨우 20여년이 넘었고, 참 교육자치제라고 할 수 있는 교육감 직선제는 5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제도다. 사람으로 따진다면 이제 겨우 기어 다니다가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아기들은 걸음을 뗄 때 가장 위험하다고 하다고 한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어야 걸음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매스컴을 장식할 때도 일반 국민들이 정치혐오증과 함께 혀를 끌끌 찰지언정 국회를 완전히 없애라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일부 부정적인 모습을 보더라도 그 자치단체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교육감을 직선제로만 뽑는 것은 아닐지라도 주민 대표성과 교육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장치는 무엇보다도 직선제가 가진 가치일 것이다. 그러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도를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부정적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성급하게 뇌사상태에 빠뜨려서야 되겠는가. 미비한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은 합의안을 도출해서 조금씩 손봐서 바르게 갈 수 있게 하면 될 일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육계의 노력으로 어렵게 만들어 놓은 교육감 직선제, 보완하면서 문제점을 다듬어야지 정치권과 일부 학자들의 성급한 폐지 주장에 부화뇌동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