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 마냥 좋은 일일까

2013.02.28 13:59:00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 탄생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의 국정비전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이다. 국정비전 달성을 위한 140대 국정과제도 확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복지 정책에 여러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국정과제에 출산에서 노령 층이 될 때까지 생애주기별 다양한 복지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교육 관련 정책도 복지와 관련이 많다.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 확대(0~5세), 고교 무상교육 실시,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 지원, 학자금 대출이자 부담 경감, 대학기숙사 확충 및 기숙사비 인하 등의 공약들은 직접 교육비 부담 경감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간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도한 정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 무상교육은 국가 재정 파탄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무상 복지는 대기업과 상류층, 중산층에게 세금을 가중시키며 기업 환경, 합리적인 소비나 지출을 얼어붙게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2만 달러를 넘어선 국민소득과 세계 15위의 경제규모 등을 감안하면 교육 분야에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국가의 격에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도 이제 보편적 복지 실현이라는 점에서 선진국형 복지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상교육은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다. 우선 우리의 정서는 자녀 교육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다. 충분히 부모들이 감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한다면 대신 사교육비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 아울러 공교육은 무상으로 공짜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공짜라는 가치 개념은 공교육의 질적 저하로 연결돼 결국 교육 효과도 떨어질 것이다.

무상교육으로 교육 투자가 위축될 것도 뻔하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 확대(0~5세)는 막대한 교육 예산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자들도 나라 재정을 걱정하고 있다. 이 마당에 정작 필요한 교육 관련 예산이 뒷전으로 밀릴 것은 당연하다. 현재 유아 보육 기관은 시설과 기타 교육 시스템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보육 교사의 경제적 대우도 민망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결국 무상교육에 발목에 잡혀 실질적인 교육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마찬가지다. 일반계 고등학교 등록금으로 연간 160여만 원을 공짜로 해 주는 것은 우리 교육 환경에서 차선의 정책이다. 우선은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는 학급 수와 학생 수가 대량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학생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개인 중심 교육이 불가능하다.

그 중에 교원 증원은 학교 교육력 신장과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OECD 기준에 따르면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는 16.4명(우리나라 24.1명), 중학교는 13.7명(우리나라는 20.2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등학교 학급 인원수가 많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35명이 넘는다.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중심의 전인교육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학급 학생 수 과다는 배려 교육도 안 되고 학교 폭력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상교육보다는 학교당 학급 수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교원 정원 관리를 교육부가 못하고 공무원 총원을 관리하는 부서가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육부의 교원 증원 요구는 번번이 경제 논리에 막히고 있다. 앞으로 수석교사제로 만 명의 교사와 교육과정 변화로 만 오천 명 등 교원 증원은 꾸준히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무상교육 등으로 교원 정원이 안 되면 한국 교육은 다시 후퇴의 길로 가게 된다.

지금 우리 교육은 복지보다 여건이 우선이다.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교육의 기본 방향이 옳아도 공염불이 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특기, 적성, 소질을 키운다고 하자. 이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학교의 시설 미비, 과다 학급 구성 등으로 실효성이 의심된다. 그러다보니 각종 활동은 형식화되어 있고 교육 효과도 떨어진다.

무상교육은 지금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무상교육 비용으로 인해 교육 환경 개선이 뒤로 밀리면 안 된다. 교육에는 경제 논리를 초월해야 하지만, 무상 교육은 경제 논리로 따져도 최대의 비용을 들이고도 최소의 효과도 거두지 못하는 꼴이 된다. 무상교육으로 우리 사회가 평등해지고 선진국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적 인프라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은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이다. 새 정부 정책 과제도 궁극적으로는 이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교 교육 투자에 있다. 교육과정에 근거한 학교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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