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업을 공개해야 할까

2013.03.20 09:50:00

잘 아는 선생님이 평소에 늘 건강하다고 자랑을 했다. 언뜻 보기에도 건강해 보인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 한 것이 아니라 안 갔다. 왜! 아프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의무적으로 받는 검진에서 의사가 큰 병원을 가서 다시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다. 결과는 위암 초기였다. 놀랐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다니던 사람이 바로 병원으로 갔다. 학연, 지연을 모두 동원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다. 지금은 말끔히 낳았다. 그 친구는 의사에게 가기를 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위에 건강할 때 병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다닌다.

누구나 건강검진을 받는다. 우리 자신은 건강하다고 자부하면서, 특별히 아픈 곳도 없으면서 혹시나 하면서 병원에 간다. 그러다가 안 좋은 곳을 발견하면 정밀 검사를 하고 치료를 한다. 다행히 아프지 않으면 더 좋다. 의사로부터 이런저런 건강 수칙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를 더하게 된다. 수업 공개도 건강 검진을 받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가르치는 것에 문제점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안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수업 공개를 통해서 그 문제를 치료하면 된다. 그렇다면 수업 공개는 아주 좋은 기회다. 건강 검진에도 아무 병이 없는 것처럼, 특별한 문제없이 잘 가르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선생님들이 수업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평상시와 다르게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심지어 아이들하고 어느 정도 약속까지 하면서 ‘쇼’를 할 생각이니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있는 그래도 보여주면 된다. 그래야 문제점이 발견되고, 그 문제를 고칠 수 있다. 오히려 건강 검진 때는 우리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나. 문진표라고 해서 과거 내 병력은 물론 가족 병력까지 밝힌다. 담배를 안 피는 데도 과거 흡연 경력까지 털어내라고 한다. 수업 공개 때도 자신의 문제점을 소상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동기 유발이 잘 안 된다. 시선, 동선, 목소리, 판서까지 어려운 점을 봐 달라고 부탁해라. 아니면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것이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맞는 것인지 봐 달라고 부탁해 보라.

수업 공개를 꺼리는 이유로 그까짓 것 해 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선입견도 있다. 수업 공개 후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일을 시도하기 전부터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만 한다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 일단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모순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사람들은 내 방식대로 수업을 하고, 아이들이 잘 듣고 있는데 굳이 수업 공개니 하면서 수선을 떨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 시점에서는 다시 생각의 폭을 넓혀 볼 필요가 있다. 평면 비교하기 어렵지만, 프로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코치의 도움을 받는 장면을 떠 올려 보자. 수차례 우승을 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지만, 그들은 코치의 도움을 받아가며 배운다. 자세를 교정하고, 코치가 지시해 주는 훈련을 소화해 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라. 정착 그 코치는 프로 선수보다 실력이 떨어진다. 그 코치는 선수 시절에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프로 선수는 코치로부터 무엇인가 배우려고 노력한다. 코치는 같은 길을 가는 전문가로 나에게 도움을 준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에 비하면 교사는 행운아다. 주변이 온통 전문가다. 동료들은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들이다. 내가 수업 공개를 하면 그들이 나에게 코칭을 해 준다. 수업 공개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업 공개는 가장 먼저 나를 성장시킨다. 이 기회로 수업전문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그리고 참관하는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내 수업 관찰 후 체계적인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수업 기술을 알게 된다. 이런 것이 요즘 유행하는 ‘윈-윈’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학생들이다. 수업 공개를 통해 우리가 직업적 성장을 해야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좋은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의 내면에 빛나는 잠재력을 이끌어줘야 한다.

그래도 수업 공개가 부담스러운가. 요즘 녹화가 쉽다. 자신의 수업을 녹화한 자료를 가져다 동료 교사에게 보여주라. 부끄러움 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엉터리 수업을 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바야흐로 평가의 시대다. 대한민국 교사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받자. 일부 언론에서 학생, 학부모 평가는 점수가 낮고, 동료끼리는 온정주의로 흘러 점수가 높다는 보도를 한다. 기분 나쁘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수업 공개 시스템을 활성화하자. 전문가인 동료 교사들에게 받으면 신뢰성이 있지 않은가.

제법 시대의 흐름을 빨리 읽는 교사들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라고 지시하는 ‘수업 장학 지도’는 끝났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강제적으로 수업을 공개하라고 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면 어느 시대가 왔는가. 그것은 자발적인 수업 공개다. 전문가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 지시 받거나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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