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돌아본 교단 50년(52)100원

2013.04.03 19:09:00




100원
"교감 선생님! 차비를 빠뜨렸어요. 100원만 빌려주세요." 몹시 당황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는 내게 다가서면서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그래? 나를 만나지 못했으면 곤란한 뻔했구나."나는 서슴없이 100원짜리 두 개를 꺼내어 그 아이의 손에 쥐어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이 학교에 전근하여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교생이 300여 명밖에 안 되는 이 학교의 어린이들과 어는 정도의 안면을 갖게 되었고, 어는 학년이라도 대충은 얼굴을 알 수 있을 만큼 되었을 때었으니까, 난 그 아이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꼭 30년 전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돈으로 화폐계혁을 했을 때, 그때까지 쓰고 있던 돈을 100원짜리를 1원으로 바꿈)로 바꾸어서 한 사람에게 불과 몇백 원씩밖에 바꾸어 주지 않았을 때, 그 무렵 누군가가 외국에 나가면서 5천원을 바꾸자 전국에서 가장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며 신문에 기삿거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에 새로 나온 돈이 빨간색의 1원짜리와 50원짜리가 있었는데 빨간 1원짜리 한 장으로도 제법 살수 있는게 많았고, 1원짜리 한 장으로도 제법 살 수있는게 많았고, 1원어치면 친구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알사탕을 사곤 하였습니다. 하긴 왕십리에서 마포까지 전차삯이 1원50전이었으니 1원은 지금의 100원짜리만큼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가 너무 크게 발달하였고,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서 돈의 단위가 엄청나게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100원짜리를 가지고 할수 있는 것이 무엇무엇인지를 헤아려 보아도 몇 가지 되지 않을 만큼 100짜리의 가치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준 200원에 대해서 난 거의 잊고 있었고, 제법 며칠이 지났을 때 우연히 출근길 버스 안에서 그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나치거나 모른 체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그날 그 아이는 나를 보자 인사를 하는게 아니라 친구들뒤에 슬그머니 몸을 감추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가끔 그 아일 복도에서 마주치게 되었지만, 그 아이는 한사코 나를 피하는 눈치였습니다. 난 그 아이가 하는 짓이 몹시 못마땅하였습니다. 결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선생님의 돈을 안 갚으려고 이리저리 피하여 다니는 아이라면 세상살이를 어떻게 하여 갈 것인가 생각을 할수록 걱정이 되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냥 모른체하여 버리면 그 아이에게 못된 버릇을 가르치는 결과가 되리라는 데 생각이 이르자, 그 아이를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직접 말을 하면 자칫 자존심을 건드려 놓을 수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대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복도에서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나는 외면을 하고 스쳐 지나려는 그 아이의 팔을 슬쩍 두들겨 주며, "요즘 왜 나를 피하지? 왜 무슨 죄를 지었지?"하고 지나쳤습니다. 그 이튿날 그 아이는 나를 보자 인사를 했지만 역시 피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내가 좀더 끈기 있게 기다려야지.'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계속해서 나를 약간 피하는 눈치를 보일 뿐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스스로 자기위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려고 기다리며 지켜보려고 하였지만, 그 아이는 점점 더 나를 피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기회를 잃어가는 것만 같아서 초조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참자, 저 아이도 마음 속으로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다."

나는 며칠을 더 기다리기로 하고 끈질기게 버텼습니다. 물론 학교 일이 하도 바빠서 더 신경을 쓸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나는 제법 지난날 그런 일이 없었을 때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칠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젠 정말 내가 잊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자신이 잊고 있는지 모를 만큼 서로가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내가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갔을 때, 그 아이는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갔을 때, 그 아이는 그 곳에서 버스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옆자리가 비어 있기에 난 그 아이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 아이는 약간 쭈삣거리며 내 옆으로 와서 않았습니다. 난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애야, 너 그럼 못쓴다. 재가 네게 돈 100원을 준게 아까워서가 아니라, 넌 아쉽고 난처한 처지에 있을 때 나에게 자그마한 신세를 진 것이다. 그런데 그 고마움을 갚지는 못하더라고 고맙다는 말 정도의 표시는 할수 있지 않겠니? 그런데 넌 나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지금까지 마음속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네가 나를 피할 이유가 없는데 돈 100원 때문에 가슴을 졸이면 날 피했을 게 아니냐?"하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가 내리려고 일어섰을 때 나는 등을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몹시 잘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가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며칠이 또 지나갔습니다. 교무실로 나를 찿아온 그 아이는 불쑥 손을 내밀어 보였습니다. 조그마한 손에 들려진 100짜리 동전 주개는 어쩜 저렇게 이쁘고 귀여운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나는 그 돈을 받았다가 다시 그 아이의 손을 쥐어주며, "이젠 내가 너에게서 200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 이 돈을 거저 너에게 주는 것이다. 자, 이제는 기분이 개운하지? 이젠 나를 보면 피해야 할 필요가 없겠지?"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 아이는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하고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래, 자신이 잘못한 일을 이렇게 솔직하게 뉘우칠수 있으면 그 사람은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란다. 앞으로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하지 말고 내가 남에게 베풀면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떳떳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하고 등을 쓸어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손에 들려 있는 200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몹시 난처한 듯이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애야, 100원짜리 동전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요즘 너희들은 잘 주우려고 하지도 않는 작은 돈이란다. 그러나 그 작은 돈이 지금처럼 너의 잘못을 고쳐 주고, 너와 나 사이에 생길 뻔한 작은 장벽을 깨뜨려 주었으나, 이 작은 동전 두 개는 어쩜 몇백만원 보다도 더 큰 일을 할것인지 모른다. 자, 이돈을 잘 가지고 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장에 잘 적어보렴.󰡓나의 이 말에 그 아이는 활짝 웃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감 선생님, 이 돈은 일기장에다 잘 붙여놓고, 오늘 일기에 이 돈의 내력을 자세하게 적어서 두고두고 생각을 다듬는 기념품으로 삼겠습니다." 또렸또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그 아이는 지금까지와는 딴판으로 활기차고 자랑스럽게 교무실을 나갔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마저 하찷은 것으로 취급되었던 100원짜리는 이제 이 아이에게는 가슴 가득한 보물이 라도 된 듯 값지고 알찬 가르침으로 안겼습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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