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40)

2013.04.12 11:43:00

오늘 아침 학교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가는 중에 한 학생을 만났다. 식당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인사를 하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먼저 ‘안녕’하고 인사를 했다. 그러니 학생이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하고 기숙사로 올라갔다. 한참 동안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올라갔을까?

불러서 세워놓고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 다른 학생들은 다 인사를 잘 하는데. 인사를 잘하는 학생이 되도록 지도를 하지 않았느냐? 물어볼 수도 있었고 지도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보다는 행동하는 것을 택했다. 먼저 인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먼저 ‘안녕’이라고 인사를 내밀었다. 돌아오는 것은 더욱 공손함이었고 미안함이었다. 이 학생은 더욱 인사를 잘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아침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간섭하지 말라!’는 글을 읽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간섭하고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간섭과 강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으로 옮겨지게 되는 것이죠. 노자 ‘도덕경’에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종종 교육은 사랑이라고 하면서 내 자식처럼 사랑한다 하면서, 내 자식처럼 잘 키워보겠다고 하면서 학생들을 간섭하고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오로지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다든지 간섭한다든지 강요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 같다.

지나치면 득이 되는 게 아니라 실이 된다.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간섭이 도가 넘치면 자녀는 옆길로 빗나가듯이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말로 인성교육을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에서 높은 인격을 쌓아나가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의 행동에서 높은 인격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선생님은 본 보이는 자고 학생들은 본받는 자다. 본을 보이는 선생님은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그러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행동에서 본을 받는다. 선생님을 닮아간다.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언제나 모범이 되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얼마 전 서거하신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전 영국 총리이신 마거릿 대처의 말씀이 떠오른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대로 된다.”

우리 선생님들에게 주신 말씀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본 보이는 자이이게 늘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그게 바로 말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하면 좋은 말이 입에서 나온다. 나쁜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나쁜 말이 입에서 나온다.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그게 행동으로 나타난다. 늘 말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생각대로 된다.’는 말씀을 늘 좋아한다. 생각이 크면 큰 사람이 될 수 있고 생각이 긍정적이면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생각이 늘 바르면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생각이 늘 진취적이면 발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생각이 늘 창의적이면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요즘은 성숙한 자가 되려고 애쓴다. 그렇기 위해서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행동을 취한다. 성숙한 선생님이 되려면 ‘⓵조용히 일을 하는 것이다.(從容) ⓶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最善) ⓷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다.(品格)’ 내가 맡은 일을 떠들지 말고 조용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개의치 않는 것이 좋다. 자기 맡은 일 최선을 다하면 된다.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품격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품위 유지가 학생들을 말없이 바른 성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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