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사고력 키우기

2013.05.27 20:28:00

창의지성교육의 방법론으로서 배움중심수업 이야기를 많이 한다. 수업에서 학생들의 자기 생각 만들기 즉 지식 창조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배움중심수업이다. 배움중심수업에서는 어떻게 지식을 탐구해 나가는가를 배운다. 따라서 수업은 비판적 사고 활동을 통한 배움(자기 생각 만들기)과 나눔(다른 사람과 자기 생각 나누기)의 과정을 전개한다. 이 관점은 학생을 수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창조하는 주체로 보는 것이다.

배움중심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식을 만나는 방법 즉 사고력이 중요하다. 사고력은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말한다. 흔히 사고력은 많이 언급했지만, 사고력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사고력을 키우기 바란다면 사고력의 요소는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학습자가 만나는 사고 작용은 사실적 판단이다. 이는 지식을 그대로 이해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학습자는 개인의 의견보다 지식의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치중한다. 글을 읽을 때도 글 속에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내용상의 정보와 구조상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도록 한다. 글을 읽을 때 문단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글 전체의 중심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사실적 사고의 단계다. 이때 학습자는 주어진 글이나 말에 대해 독자적이고 주동적인 사고를 개제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표면화된 정보만을 확인하고 구별하는 것만 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한 단계 높은 추론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추론적 사고는 글에 나와 있는 정보들의 관계를 파악하거나 글에서 명시되지 않은 생략된 내용을 상상하며 파악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독해력이 있다는 것은 사실적 이해력과 함께 추론적 사고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보 파악도 이면적 정보를 이해하며, 정보가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 관점, 가치관, 주장 등을 유추해 낸다.

추론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왜?”를 생각해야 한다. 주어진 결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글을 읽을 때도 단어가 가지는 함축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를 통해 상황을 알맞게 추론해야 한다. 글을 읽고 주제를 찾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면 추론적 사고력이 는다. 그리고 글의 주제뿐만 아니라 작가의 의도, 가치관, 세계관, 시대적 의미 등을 추론해 보면 추론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사고 과정을 지나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비판적 사고력이란 타당한 준거에 의해 정보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사고능력을 말한다.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언어 표현과 이해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준거에 의하여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그 정당성이나 적절성 또는 가치 및 우열에 대하여 평가한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비판적이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이다. 비판적이라는 말은 어떤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평가 또는 비평과 관련된 긍정적 판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중요한 것은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가 지나고 사고가 성숙하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력이란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정보를 새롭게 변형하거나 조직하는 능력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 능력은 모두 창의적 사고에서 나온다. 이는 언어활동의 과정에서 자료나 텍스트의 표면에서 제시되지 않은 요소를 창출해 낸다는 점에서 추론적 사고와 비슷하다. 그러나 추론적 사고는 수평적인 확산이고 창의적 사고는 수직적인 오름(Shift-up)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즉 창의적 사고는 사실적 이해의 단계로 이루어지지만, 내용, 구조, 표현의 창의적 수용과 생성이라는 측면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이해 단계라고 보면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배움은 지식의 내면화이다. 지식은 맨 처음 학생의 머릿속에 정보로 기억되는데, 이때가 사실적 사고 수준이다. 지식을 만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다음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사실적 정보를 바탕으로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은 미래 삶에서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습의 방향도 이렇게 가야 한다.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비판적인 사고 활동은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 자질이며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아울러 미래 사회는 지식의 양보다 지식을 활용하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는 지식의 영역을 기반으로 전혀 다른 독창적인 사고를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모든 사고의 출발점은 사실적 사고이다. 추론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은 기본적으로 사실적 사고의 도움을 받는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적 사고력보다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 힘쓴다. 물론 그런 방향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모든 사고는 정확한 사실적 이해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하지 않으면 오류를 범하게 된다. 결국 단계적 훈련이 필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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