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노릇 잘할 교사

2013.10.07 18:03:00

學에 치우쳐 習이 부족한 교육

어른 노릇 - 사람은 주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뭔가를 줄 수 있다면 여전히 청년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인간은 오직 받는다. 생기 넘치는 만년의 생활자들은 하나같이 베풂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베풂을 잊지 않는 한, 그가 몇 살이든, 몸이 불편하든 마음만은 건강한 장년이다.
         - 소노 아야코의《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중에서 -

구구단의 원리를 아는 것이 '學'이라면, 구구단을 외워서 실용성을 높이는 것은 '習'이다.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은 바로 習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몰라서 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연습과 훈련 부족으로 내면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學'이 '習'으로 발현되지 못하는 탓이다. '학'에 치우친 교육 방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바로 잡으며 학생들을 희망의 길로 인도하는 역할이 곧 교사의 사명이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희망을 심는 사람'이라 했다.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는 지도자다. 한 아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자 진정한 어른 노릇을 감당하며 희망을 심는 사람이 분명하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 현상을 바라보며 노인은 많으나 어른이 안 보인다는 푸념들을 많이 한다. 대접 받으려는 노인들은 넘치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거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베푸는 어른들이 부족하다며 한숨짓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푸념들을 대변하듯 최근에 발표된 우리나라 교사들의 국제적인 위상을 보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100% 신뢰하고 싶지 않은 결과지만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에서 조사한 것일 테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연봉 3위…학생들 존경심은 `꼴찌'라니!

한국에서 교사의 위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5일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 재단이 발표한 `교사 위상 지수'(Teacher Status Index 2013)에 따르면 한국은 62점으로 중국(100점), 그리스(73.7점), 터키(68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피터 돌튼 교수와 오스카 마르세나로-구티에레즈 박사가 개발한 이 지수는 OECD 주요 21개 회원국에서 직업, 연령, 학력 등에 따른 1천 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의 평균 연봉에서 한국의 경우 4만3천874 달러로 싱가포르(4만5천755 달러), 미국(4만4천917 달러)에 이어 3위로 높았다. 다음으로 일본(4만3천775 달러), 독일(4만2천254 달러), 스위스(3만9천326 달러), 네덜란드(3만7천218 달러), 영국(3만3천377 달러), 이스라엘(3만2천447 달러) 순이었다. 교사 위상 지수 1위에 오른 중국 교사의 평균 연봉은 1만7천730 달러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한다'는 응답률은 한국이 불과 11%로 최하위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75%)이 압도적으로 선두였고 이어 터키(52%), 싱가포르(47%) 순이었다. 한국에서 교육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4.4점으로 평균 점수(5.5점)를 밑돌며 19위에 그쳤다. 이 분야에서는 핀란드(7.7점)가 가장 높고 싱가포르ㆍ스위스ㆍ일본(6.7점)도 우수했다. 한국은 또 교사의 학업 수행에 대한 신뢰도 역시 평균(6.3점) 이하인 5.4점으로 이스라엘(5.2점), 일본(5.3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19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한국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가 높은 것처럼 교사의 위상도 높지만 이러한 경향이 각 분야 별로 일치하지 않는다"며 "교육시스템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지만, 자녀들에게 교사가 되기를 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물질적으로 대우를 받는 것에 비해 학생과 학부모, 사회적 평가는 내놓고 자랑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 자성해야 될 수준이니, 교사들을 성토하는 댓글이 적어도 며칠 동안 가상공간을 도배할 것이다. 자녀에게 가장 권하는 직업,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존경심은 바닥을 치는 아이러니를 해석해 보면, 살기 위한 방편으로서 선호하는 직업으로서 단순하게 선택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높은 도덕성이나 성품은 그가 지닌 인성의 바탕 위에 '學'을 기반으로 한 '習'의 내면화를 거쳐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다. 학생을 인간적으로 깊이 사랑하고 감동을 주며 베푸는 어른의 자질은 교육학적 평가로 측정하기 어렵다. 일련의 사건과 상황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행동의 단면에서, 언행에서 드러날 뿐이다. 그러니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는 일은 공교육의 최대 과제이자 화두다. 졸업 성적이 우수한 교사가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교사,  제대로 학습 받은 교사로서 존경받는 교사가 되게 하는 교사 양성과 평가의 신뢰도도 높여야 할 것이다.

존경 받는 교사를 뽑는 일이 중요

일선 현장에서 보면 업무 수행능력은 탁월하나 학생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교사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행정 업무가 많아서 가르치는 본연의 사명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도 문제지만 기본적인 자세가 부족한 경우, 언제든지 학생은 뒤로 밀려난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어 존경심은 꼴찌라는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열심히 가르치며 희망을 주며 교단을 지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 3위…학생들 존경심은 `꼴찌'라는 보도를 접하는 마음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가치관의 혼돈에 내몰린 슬픈 사회 현상의 파도 속에서 한 인간의 인격을 바로 세우며 희망을 심고 헤쳐 나가게 하는 선장으로서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교사조차 제대로 서 있기 힘든 세상이다. 아무도 동정해 주지 않는 전쟁터와 같은 세상이다. 승전보를 울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나 패장이 된 교사에겐 독화살이 기다린다. 그러니 교직이 3D 업종이며 공직 사회에서 가장 질병이 많으며 수명도 짧다고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존경 받는 직업이라서 교직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이라서 선택하거나 선택하게 하는 부모가 있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성인이 된 뒤에 교육의 힘으로 변화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인성이 내면화 되거나 고착화 된 것을(습-濕이 된 것을) 학으로 고치는 일은 5%도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내놓는 정책이 우수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에는 온도차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어떻게 우수한 교사를, 학생들을 감동시키며 희망을 주는 교사를 선발할 수 있을까? 뽑아놓고 고치는 일보다 뽑기 전에 존경 받을 수 있는 인품을 지닌 교사를 선발하는 일로 돌아가게 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영원한 진리인 셈이다.
 
어찌하면 천부적인 교사의 씨앗을 지닌, 인간에 대한 사랑이 풍부한 학생을 길러 교사로 키울 것인 가를 국가적으로 고민할 때가 되었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그런 학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하고 사랑이 많고 다른 사람을 해할 줄 모르는 아름다운 인품을 지닌 아이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적이 최상인 아이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드니 다 갖춘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어른 노릇 잘할 교사를 어떻게 뽑을까? 일찍부터 영재 학생을 선발해서 키우듯 해야 하지 않을까?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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