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는 진로 교육으로

2013.11.01 13:50:00

학교에서 진로 교육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로 교육을 전담하는 부서와 전문 교사 제도가 만들어졌다. 교육부에서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한 후 진로진학상담교사로 발령을 내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진로 수업을 하고, 학교의 진로 교육을 기획하고 실천을 한다.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에서부터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교육을 한다. 학생들의 적성 검사, 개인별 포트폴리오 작성, 진로 탐색 프로그램 운영, 직업 현장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진로 교육을 소홀히 했다. 오직 진학에 치중했다. 그것도 맹목적으로 명문대 진학에 목숨을 걸었다. 다행히 최근 학교에서 진로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비중도 크게 다루고 있다. 교육부의 주도 하에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로 교육 강화를 위해 중학교 1학년 성적은 고입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계획까지 두고 있다.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따라서 진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 개인이 미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현실적이다. 사회적으로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소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균형 있게 양성 공급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재의 진로 교육은 섬세하게 고민해 볼 것이 있다. 지나치게 직업 교육에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닌가. 취업전문가이자 파라슈트의 저자인 리처드 볼스는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세상을 가장 긴 안목으로 내다본 피터 드러커도 현대와 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10년 후를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변화처럼, 현재 유망 직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시점이 되면 없어질 수 있다. 아울러 새로운 직업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섣부른 직업 체험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IMF 위환 위기 이후 직업에 대한 생각이 많아 달라졌다. 직장이 우리 삶 전체를 흔들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최근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너무 눈앞에 현상에 얽매이게 된다. 일부 학교에서 취업 현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선배의 취업 강연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진로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안정성, 미래 유망성 등의 터널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다.

고등학교에서 전공 선택을 서두르게 하는 것도 걱정이다. 꿈을 만들기도 전에 전공 학과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것은 입시 제도가 그렇게 부추기고 있다. 저학년부터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이 대학 입학에 유리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학과 선택을 일찌감치 하고 거기에 맞춰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진로와 관련된 독서도 하면 유리 하다고 한다. 이렇게 지속적인 활동이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 등의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이 있다. 직업을 볼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봐야 한다. 낯선 것을 보았을 때 내 생각이 만들어지고 호기심이 생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로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산다. 하나의 길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야 한다. 진로를 빨리 결정하는 것보다 나를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스스로 방황의 길을 가야 한다. 방황이 있어야 삶의 면역력이 생기고, 근본적인 나를 찾을 수 있다. 방황하는 가운데 나를 들여다보고 그 관찰을 통해 나의 모습을 만난다.

어차피 우리 몸속에서 적성이라는 씨앗이 있다면 빨리 찾기 위해서 짓눌릴 필요가 없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찾은 적성은 자칫 우리의 참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씨앗이 튼튼히 싹을 틔우도록 내면을 살찌우는 것은 어떤가. 그렇다면 방황을 통해 토양을 기름지게 해야 한다. 방황의 퇴비가 쌓인 내면에서 생명처럼 자라는 적성의 씨앗을 발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성공했던 요인도 있지만, 실패한 면도 있다. 그중에 아이들의 삶에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관여하는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진로 안내도 어른들의 입장에서 하고 있다. 진로 선택을 채근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나가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유망 직업보다는 꿈을 찾아다니도록 해야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뜨겁게 할 수 있는 꿈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꿈을 찾는 일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혼자서 힘겹게 찾아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꿈, 행복한 꿈이 만들어진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