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진로교육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올바른 진로관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직업직업능력개발원(2013)의‘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 의견 조사’에서 학부모의 진로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초·중·고(일반고, 특성화고, 특목고, 자율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총 7,211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학부모 진로관을 직업선택, 직업과 성 역할, 직업가치, 직업존엄의 네 가지 차원으로 측정하였다. 직업선택은 총 8개 문항으로 24점 미만은 자기결정적, 중립 24점, 24점 초과는 운명결정적으로 해석된다. 직업과 성 역할은 총 8개 문항으로 24점 미만은 개방적, 중립 24점, 24점 초과는 폐쇄적으로 해석된다. 직업가치는 총 8개 문항으로 24점 미만은 과정지향적, 중립 24점, 24점 초과는 결과지향적으로 해석된다. 직업존엄은 총 6개 문항으로 18점 미만은 내용지향적, 중립 18점, 18점 초과는 형식지향적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직업선택이 자기결정적이라고 응답한 학부모는 63.1%로 운명결정적인 경우(26.8%)보다 더 많았다. 직업과 성 역할에 개방적인 학부모는 전체의 63.1%인 반면 폐쇄적인 학부모는 26.9%로 나타났다. 직업의 가치를 보수, 안정적 생활 등에 두는 결과지향적인 학부모는 72.7%로 상당히 높은 반면, 이상실현, 즐거움(취미), 적성에 직업가치를 두는 과정지향적 학부모의 비율은 20.3%로 낮게 나타났다.
직업존엄에 대한 진로관을 살펴보면,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고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을 선호하는 형식지향적 학부모는 전체의 67.5%였으며 모든 직업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지향적 학부모는 22.2%로 직업존엄에 대해 형식지향적인 진로관을 가진 학부모가 세 배 이상 많았다.
직업선택 진로관에서‘직업변경은 지양해야 함’은 2.38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어 직업은 계속 변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업승계는 자연스러운 것임’과‘직업선택은 계획적이기보다 우연적임’이라는 문항의 점수도 낮아(2.60점, 2.72점) 직업을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다.
‘노력보다 가정의 배경.환경이 직업획득에 영향을 더 미침’은 3.14점으로 개인의 노력보다는 가정환경이나 배경이 좋은 직업을 갖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직업과 성 역할에서‘여자는 결혼 후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좋음’은 1.95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남자들은 여자 책임자 아래에서 일하기 싫어함(3.21점)’과‘직업선택 시 여자보다 남자는 더 신중해야 함(3.25점)’에서는 약하게 찬성하고 있다. 직업가치 진로관에서‘직업은 독립을 위해 필요(3.73점)’, ‘취미에 맞는 직업보다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직업을 선택(3.54점)’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의 이유는 생계유지보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은 2.71점으로 일의 이유를 이상실현으로 보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직업존엄 진로관 항목 중 ‘노동직보다 정신적 직업 선호’와 ‘자녀의 직업으로 머리 쓰는 직업 선호’에 대한 점수가 3.50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노동직보다는 정신적 직업에 대한 선호를 보여준다. ‘존경받는 직업과 존경받지 못하는 직업의 구별은 당연함(2.95점)’과‘직업에는 귀천이 있음(2.99점)’에서는 강한 찬성이나 반대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의 결과에 비추어 학부모의 진로관에서 자기결정을 강조하거나 남녀평등에 대하여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직업선택에서 보수와 안정성, 생계유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과 육체노동보다는 정신적인 노동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
학부모들이 합리적인 진로관을 갖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직업가치에 대한 결과지향적 진로관과 직업존엄에 대한 형식지향적 진로관을 가진 학부모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자녀들의 바람직한 직업선택을 저해하고 서열화된 직업관을 가질 우려가 있으므로 시정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학부모 아카데미가 진로교육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에 의하여 이벤트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라고 보며 교육과정도 학부모의 진로교육에 대한 지식과 기능을 강조하는 것보다 가치관을 올바로 만드는 것을 더욱 강조하도록 재구성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