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어요.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것이 더 좋겠어. 네가 언제나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면 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이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너에게 보여주게 될 거야.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너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일종의 준비의식 같은 것이 필요한 거야."
"의식이 뭔데?"
어린왕자가 물었어요.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일정한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나에게 목요일은 아주 신나는 일이야! 그냥 난 포도밭까지 산보를 나가거든. 만약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은 날이 될 거야. 그러면 나는 하루도 산책을 할 수 없을 테고 말이야."
여우가 말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차츰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차츰 길들여져 갔지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이야기다.
한해의 마지막 달력을 걷어내고 새로운 달력으로 갈아치웠다. 똑 같은 시간인데 사람들은 달력이 정한 날을 한해의 첫 시작으로 정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새해 첫날(1월 1일)을 기다린다. 그것은 아마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이야기에 나오는 길들여지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서 동질성과 위안을 느낀다. 이것이 행복인지 모르겠다.
"만약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은 날이 될 거야. 그러면 나는 하루도 산책을 할 수 없을 테고 말이야."
아무 때나 특별한 날이라면 어린왕자처럼 하루도 산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1월 1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달력이 그렇고 새해 첫 하루가 그렇다.
달력을 사용한 것은 동서가 각기 다르다. 유럽제국은 천 년 이상 동안 율리우스력을 사용하였다. 이 달력은 로마의 율리우스 시저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1년의 평균길이를 365일과 1/4일로 보는 것을 바탕으로 하였다. 달력에 1/4일을 둘 수 없기 때문에 4년 중 3년은 1년의 길이를 365일로 하고 네 번째 해만 366일로 해서 이것을 되풀이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1년 중에서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은 이틀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천문학자들은 춘분과 추분을 만들었다. 춘분은 3월에 추분은 9월에 정했다. 그러나 시저가 달력을 정할 때 1년의 길이는 약간 틀리다. 이것은 실제 길이보다 11분 정도 더 길다. 1년에 11분이면 매년 11분씩 몇 백 년이 지나면 몇 날이 된다. 서기 325년에 진짜 춘분은 3월 25일인데 율리우스력에 의하면 4일이 앞서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는데 여기서는 춘분을 3월 21일로 할 것을 결정하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3월 21일은 또다시 점점 춘분이 일어나는 날보다 뒤져서 16세기의 중엽에는 10일 정도의 오차가 생겼다. 이 오차를 고치기 위해서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13세는 1582년 달력에 10일을 깎아서 10월 5일을 10월 15일로 하기로 하였다고 한다(그레고리우스력). 교황은 400년 동안 세 번만 윤년으로 하지 않고 평년으로 하였다. 즉, 400년에 3일만 달력의 날짜를 줄이기로 했다. 즉 4년마다 윤년을 두는 것은 변함없으나 각 세기의 끝 해 중에 400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해는 윤년으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고친 달력은 1만 년에 3일밖에 틀리지 않는 정확한 달력이 되었다. 이 달력을 그레고리우스력이라 불린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하었으나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예외였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는 이 달력을 채택하는 것을 교황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 달력을 외면하였다 . 그래서 영국은 그 후 200년 동안 계속 율리우스력만 사용하였다.
그러나 점점 달력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 천문학의 발전 때문이기도 했지만 영국에서는 부정확한 달력을 사용하여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외교상의 문제 특히 문서, 협정 등에 날짜를 넣을 때 일어났다. 결국 영국에서도 그레고리우스력(신력)을 채택하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정부에서도 1년의 첫 시작을 9월 22일(방데미에르 포도의 날)로 정하고 1년을 30일 단위 12개월로 나누는 달력(혁명력)을 만들었다. 자연의 시간을 이성의 달력으로 규율하려는 시도이다. 이 달력 역시 30일씩 12달이면 36일이 되어 5일이 남는다. 프랑스 혁명정부는 달력에서 제외된 5일은 축제의 기간으로 선포했다.
우리의 옛날 달력은 음력이라고 한다. 음력은 달의 변화를 중심으로 만들었다. 즉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에 따라 29일 또는 30일을 한 달로 정하여 만든 달력이다. 음력은 태음력이라고도 하며 태음력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사용하였으며, 아직도 이슬람권에서는 태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음력 역시 12달을 1년으로 한다. 태음력에 따르면 1년은 354일이 된다. 이렇게 되면 계절의 순환이 해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윤달을 끼워 넣어 해결하였다. 태음역은 고대 수메르인들과 바빌로니아인뿐만 아니라 유대인, 그리스인, 중국인 등 세계 많은 민족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던 음력도 바로 태음태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