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창의 염려증

2014.01.02 13:48:00

얼마 전부터 창의와 창조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무한경쟁 기업의 세계에서 요구되는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님은 ‘마누라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창조라는 것은 다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즉 남과 다른 차별화가 기업의 성패와 직결된다.

다름이라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판매 등 경영과 관련된 문제, 기업 풍토 등의 문제와 관련된다. 즉 이전과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에 지배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창조와 창의라는 이름을 강조한다. 창조경제라는 말도 생겨났다. 정부 부처의 조직과 직위 가운데 ‘창조’, ‘창의’라는 단어가 71개나 이른다는 기사를 보았다.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부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해온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창조란 문패와 같이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진정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패달기에서 그치지 말고 사회·경제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창의교수학습과가 생겼다. 교육계도 창조와 창의라는 용어가 대세로 되었다. 기업에서 시작한 말이 교육계의 중심 단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창조와 창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교육부는 창의 인성이라는 말로 창의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인성이라는 말은 창의성과 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일거양득의 비타민이다. 시도교육청도 창의와 창조라는 다른 이름의 비타민을 만든다. 그런데 창의라는 비타민 제조자들은 이것만이 창의성과 창조성을 높이는 최고의 효과라고 맹신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계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교육연구 결과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바꾼다. 효과를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혹자는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바꾸어야 되지 않는가 하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최하위이고 자살자, 신용불량자, 이혼 가정, 학교 폭력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청소년 자아존중감, 선생님 존경심, 어른 존경심도 최하위이다.학교 안에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많아도 사랑이라던가 우정, 존경, 배려 등의 낱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창의 비타민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창의 인성이라는 말도 그렇다. 창의와 인성을 한꺼번에 구하는 묘약이 세상에 있기는 한지모르겠다. 물론 인간의 우뇌가 하는 특성을 보면 창의성과 종합적 사고 능력, 정서지능 등에 관련이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지만 도둑놈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도둑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보이려면 남이 했던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겉보기와 다를 때가 너무 많아 창의성이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독서논술을 하면 창의성이 증진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런데 창의성은 언어, 수리영역을 지배하는 좌뇌의 활동보다 우뇌 활동이 훨씬 효과가 있다.

하워드 가드너도 인간의 창의성을 연구하기 위해 피카소라는 화가를 선택한 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김연아도 창의적이지 못했다면 빙상에서의 탁월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박지성도 물론 창의적인 플레이와 성실성이 그를 유명한 선수로 만들었다. 창의성에서 우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변한다.

한편 좌뇌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활동에 유리하다. 즉 수렴적인 사고 활동에 유리하여 창의성 측면에서는 우뇌보다 불리하다. 에디슨을 살펴봐도 그렇다. 어느 날 자녀가 달걀을 부화하기 위해서 마구간으로 들어가겠다면 뭐라고 말할까? 어느 날 자녀가 자기 친구를 하늘로 띄우기 위해 가스를 먹였다면 칭찬할 수 있을까? 에디슨 어머니는 우뇌적인 생각으로나무라지 않고 아들의 창의성을 본 것이다.

독서논술에서 창의성이라는 맥락으로 글을 썼다면 몇 점이나 줄까? 독서논술이 창의성을 높인다는 말은 과장된 논리다. 창의라는 묘약이 누군가가 꺼낸 말을 위해 이름 짓기 식, 묘약만 만들어 낸다면 아이들은 거짓 통계의 희생양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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