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악가의 선택

2014.01.22 15:03:00

한 성악가가 있었다. 이 성악가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음악 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콩쿠르에 나가서 높은 상을 탔다. 그 때문 유명한 오페라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늘 주연은 되지 못했다.

‘나는 언제 이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아볼까?’  성악가는 자신의 조연 역할에 불만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원망했다. ‘세상은 능력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공평한 거야.’  성악가는 오페라를 그만둘까도 했다. 먼 이국땅 이탈리아에서 능력대로 대접받지 못해 늘 좌절을 맛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조연으로 무대 위에 서기보다는 대중가요 가수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TV 채널에 나오는 ‘가요 무대’를 보았다. 무대 위에서는 서양 미인에 가깝도록 아름답게 단장을 한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환호를 받고 있었다. “그래, 내가 할 일은 대중가요다. 차라리 대중가요 가수가 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 거야.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많이 얻을 거야. 나를 인정하지 않는 오페라는 그만 둘 거야.”

하지만 막상 오페라를 그만둔다니 걱정도 앞서고 대중가요 가수로서 성공할지 자신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뜩이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이제와 오페라를 그만 둘 수는 없어. 맞아, 내 얼굴을 뜯어고치는 거야. 성형 수술을 하면 오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성악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성형외과 병원에 예약도 했다. 수술일이 다가올수록 성악가는 마음이 들떴다. “이제는 뭉툭한 코도 뾰족하게 만들 수 있어. 피부도 서양 사람처럼 투명하게 할 거야. 눈도 쌍까풀로 해야지. 매력적인 속눈썹을 달고 말아야. 그렇게 하면 오페라의 주연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선을 받을 거야.”

그러나 수술 일을 기다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멀기만 했다. 성악가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을 돌아갈 날짜를 기다렸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러 가게 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오페라 가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짐을 꾸리고 공항으로 출발하려고 대문을 나섰다.

그때 전화의 벨이 울렸다.
“당신을 오페라의 주연으로 삼고 싶습니다.”
“뭐라고요!”
“이번에 공연하는 오페라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인데 당신은 실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일본계 여인과 가장 닮아서 당신을 나비부인 역에 맡길까 해요.”
“예?”

성악가는 비행기 표를 들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을 거야. 서양 여자들처럼 우뚝한 코에 쌍꺼풀, 투명한 피부를 갖진 않아도 쓰일 때가 있어. 한국 사람이기에 나를 선택했잖아. 나는 한국인의 얼굴로서 살아가야 해."

자신에게 아무리 많은 것이 있어도 볼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바라본다면 결코 행복할 수는 없다. 누구나 공부하는 이유는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그러나 자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행복할 수는 없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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