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도둑 이야기 (두 번째 도둑)

2014.01.30 14:11:00

2. 두 번째 도둑 이야기

어느 겨울 나는 일찍 집에 귀가하여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추워 일찍 오기를 잘했다며 안방의 게으름을 즐겼다. 그때는 크리스마스도 며칠 안 남았고 겨울방학도 며칠 남았는데 무엇을 할까 아내와 일상 이야기로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였다. 갑자기 평화를 깨뜨리는 낯선 전화가 수화기를 울렸다.

“거기 김00 학생 집이지요.”
“예.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습니까?”
“댁의 아이가 우리 가계에서 음악 CD를 훔쳤습니다.”
“예? 몇 개나 훔쳤지요?”
“훔친 건 두 개 밖에 안 되지만 요즘 우리 가계에 잃어버린 것이 꽤 됩니다.”
“죄송합니다. 얼마를 배상하면 되지요?”
“돈으로 계산은 할 수 없네요. 하지만 10만원은 주셔야겠어요.”
“만나 이야기합시다. 그 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아이 버릇을 고쳐야 하겠습니다. 우리 아이 파출서로 신고해주십시오.”
“잃어버린 CD 몇 개로 공부하는 댁의 학생을 죄인으로 몰아 파출소에 신고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주인의 태도가 너그러워졌다.
“아닙니다. 그놈의 손버릇이 나쁜 것은 저도 잘 압니다. 지난번에도 못 보던 CD가 있었는데 어디서 났느냐고 그놈에게 물으니 얼버무리더군요.”
“그래도 파출소까지 전화는 안하겠습니다.”

주인은 거절하는 태도였다.
“제가 파출서 번호를 가르쳐줄 터이니 기다려 주십시오.”
“허 참, 신고해야 하나?”

이렇게 하여 처음에는 CD 가게에서 주인에게 벌을 받는 일이었다. 내 아이는 난생 이런 일을 당했으니 몹시 긴장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CD가계 주인에게 빌었다.
“저희들이 아이를 잘못 키워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배상은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리겠습니다.”

아이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파출소에도 전화로 담당 경찰관에게 부탁하였다.
“아이 버릇을 고쳐주세요. 저희가 가계 주인에게 파출서로 연락을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신과 같은 부모는 경찰관 경력에 처음입니다.”
“저가 아이, 나쁜 버릇을 고치고 싶어서 그럽니다.”

먼저 이렇게 하고 가게로 찾아온 경관이 아이를 파출서로 데리고 갔다. 파출소에 가서도 아이 앞에서 경찰관에게 빌었다.
“CD를 훔친 학생의 잘못을 학교로 알려드릴까요?”

경찰관이 물었다. 물론 사전에 짠 이야기다.
“그러지 마십시오. 저희가 모든 책임을 질 터이니 용서해 주십시오.”
“학생, 앞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을 수 있어요?”

경관은 우리 아이를 행해 다그쳤다.
“예,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훔치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대답했다.
“학교까지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수능시험도 있고 대학진학에도 문제됩니다.”

나도 아이 보는 앞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다짐할 수 있겠지. 너의 부모도 교육자이시니 너의 부모를 봐서 용서한다. 다신 그러지 말아라. 그 대신 훔친 CD, 배상은 했느냐?”
“예, CD도 돌려주었지만, 아버지께서 훔치지 않은 CD 값까지 물어주셨어요.”

아이가 대답했다.
“훔치지 않은 CD 값까지 물어주셨다고? 그건 왜?”
경관이 물었다.
“남의 물건에 손댔으면 훔치지 않은 물건도 책임져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게 남의 물건을 주인 몰래 손대면 손해가 되지.”
이렇게 하여 둘째아이 CD 도둑은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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