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젊은이의 선택

2014.01.30 14:16:00

어떤 젊은이가 있었다. 젊은이는 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강했다. 신문팔이에서 시작하여 건설현장 일용직, 중국집 배달, 주유소 아르바이트, 택배기사 등 힘든 일은 누구보다도 많이 했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도 돈은 모으지 못했다. 젊은이는 생각했다.

‘결혼도 해야겠는데 정말 돈은 모으기 어렵구나. 어떻게 하면 남들처럼 벌 수 있을까?’

그러나 일은 점점 힘들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가고 있을 때 길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를 주웠다. 결혼정보사 전단지였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었다.

“저는 병들고 지쳐가고 있습니다. 저의 건강을 회복시켜주고 새로운 삶을 함께 할 배우자를 구합니다.”
젊은이는 읽고 난 뒤 버릴려고 구겨서 쓰레기통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에 쓰레기통은 없었다. 젊은이는 구겨진 전단지를 다시 펴서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조금 전 읽었던 광고 문구 아래 다음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김○○ 나이 70세, 병들고 쇠약, 오래 살지 못함, 재산 ○ 십억 원
젊은이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할머니와 결혼하자. 병든 사람 간호해 주는 일은 내가 했던 일 만큼 힘들지 않을 거야. 그러다가 죽으면 ○ 십억 대의 재산은 내 차지가 아닌가?”

젊은이는 할머니를 찾아갔다. 젊은이를 만난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정말, 나하고 결혼할 뜻이 있어요.”
“물론이지요.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어요. 저는 무척 어려운 일도 해보았어요. 열심히 간호하고 돌봐드릴게요.”
이렇게 하여 젊은이는 자신의 나이보다 두 배가 넘는 할머니와 결혼을 했다.

젊은이의 생활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먼저 돈에 쪼들리지 않을 수가 있었다. 젊은이는 좋은 옷, 좋은 차도 샀다. 게다가 좋은 집에서 여유 있게 사는 것은 정말 즐거웠다. 게다가 자기를 걱정하는 사람까지 있지 않은가? 하루 이틀이 이렇게 지났지만 젊은이에게 찾아온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늙은 아내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갔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마음 편하지 않았다. 젊은이는 아내와 같이 나들이 가는 것이 싫어졌다. 부부의 나들이는 뜸해지고 혼자 바깥출입을 하고는 했다. 혼자 바깥출입을 하면서 젊은이는 이전에 보지 못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젊은 부부들이 다정히 손잡고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는 저절로 부러움이 들었다.
‘나에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잖아. 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가질 수만 있다면…….’

하지만 늙고 병든 아내한데서 아이를 가질 수는 없었다. 젊은이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술집에도 가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젊음이 넘치는 청춘남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활기찬 웃음소리를 가질 수만 있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과 이야기라도 나눌 수만 있다면…….’
젊은이는 늦게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 평소처럼 아내가 맞이했다.
“여보, 오늘 바깥나들이는 재미있었어요?”
늙은 아내가 물었다, 그러나 이날따라 아내의 목소리는 듣기 싫었다.
“재미는 무슨?”

건성으로 대답하고 주름 덮인 얼굴, 수척한 아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는 아내를 간호하겠다던 마음도 없어졌다. 하지만 내색은 못했다. 수십억 유산 때문이었다.
그날 밤이 되어서도 젊은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서 생각해보았다.
‘늙고 병든 아내, 언제까지 이렇게 같이 살아야 하나?’

하지만 젊은이는 다음날에도 본마음을 감추면서 살아야 했다. 젊은이의 얼굴은 예전의 밝은 표정이 사라지고 어두워져갔다. 한편 할머니의 병세는 나날이 좋아졌다.
‘혼자 사는 것은 나에게 정말 힘든 일이었어. 남편이 있는 건 꿈만 같은 일이야. 그것도 젊고 잘생긴 남편이잖아.’

할머니는 잠자다가도 누워있는 남편을 보고 좋아했다. 젊은 남자와 산다는 것이 꿈만 같은 일이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올 때도 있었지만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만 했다.시간이 지나자 할머니 병세는 호전되어 어느새 일어날 수도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부엌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남편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거야.’

할머니는 나날이 행복해져갔다. 한편 젊은이는 점점 건강해져가는 아내에 불안해졌다.
‘이러다가 한평생 할머니하고만 살게 되지는 않을까?’
아내를 죽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러면서 아주 나쁜 방법까지 생각해보았다. 사람으로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젊은이는 자신의 이런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결혼을 무효로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절은이는 자신의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것은 죄책감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이에게서 나쁜 마음은 떠나지 못했다. 나쁜 마음으로 가득한 젊은이는 차츰 몸이 아파졌다. 어느날 젊은이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아갔다. 진료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스트레스가 문제였어요.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되었소. 암에 걸렸어요. 목숨도 며칠 남지 않았소. 당신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나도 며칠 안남은 내 목숨, 당신이 살려주었지요. 당신과의 결혼이 나를 살린 거예요. 생각해보니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오. 이제는 내가 당신을 살려야겠어요. 나을 수 있을 거예요.”

젊은이는 아내의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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