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대 입사안 점검이 필요하다

2014.02.03 14:29:00

서울대는 지난해 2015학년도 입시안을 전격 발표했다.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진로를 설정해 진학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중에 의대에서 문과학생을 선발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이 있었다. 그러나 의대 교차지원 허용은 외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를 위한 개악이라는 비난 여론에 밀려, 한 달여 만인 12월 27일 이를 철회했다.

이번 입시안에는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 농·어촌지역 학생, 특수교육대상자, 새터민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의 입학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고무적인 전망도 있다. 그리고 정시모집 전형에서 논술을 폐지하고, 수능으로만 단순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서울대 입시안은 아직도 점검해야 할 내용이 있다. 첫째 우려 되는 것이 정시 선발 인원 증원이다. 서울대 발표에 의하면, 201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서는 수시모집에서 2,364명(75.4%) 정시모집에서 771명(24.6%)을 선발한다.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 2014년 대비 7.2% 증가한 것이다. 이 중에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2014년 24.6%에서 2015년에는 22.1%(692명)으로 줄었다.

수시 전형에서 정시 전형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일반고에 불리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학생에게는 유리하다. 지역균형선발 전형 축소도 마찬가지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말 그대로 전국의 학생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려는 국가 정책의 일환이다. 아울러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4개 영역 중 2개 영역 2등급 이내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내로 강화한 것도 걱정이다. 서울대 입장에서는 강화이지만, 지역적으로 소외된 곳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각 지역의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능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한 제도 변경처럼 보인다.

2017학년도 수학 시험에서 과탐Ⅱ+Ⅱ 조합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서울대 측은 올해부터 일반고도 교육과정 자율권이 확대돼 과학II 추가 수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계 고등학교는 과학Ⅱ 과목 2개를 배우기 힘들다. 과정을 개설하더라고 일반 학생들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설사 강제로 개설을 하고 수업을 한다면 일부 우수 학생 학생만 의지가 있을 뿐 대부분 학생들은 흥미도 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과학Ⅱ 두 과목 가산점은 특목고나 전국단위 선발 자율형 사립고, 과학중점고 등에만 유리한 정책이다.

전체 수험생 중에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아주 적다. 정확히 2015년 입학 기준 3,135명이다. 그런데도 서울대 입시안에 전국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입시 정책이 우리니라 대학 입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대가 모집 군을 ‘나’군에서 ‘가’군으로 전환하자 고려대와 연세대가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모집 군을 옮겼다. 여기에 고려대와 연세대 때문에 다른 대학들이 또 연쇄적으로 모집 시기를 변경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대의 학생부 전형, 논술 반영, 지역 균형 선발 등은 다른 대학에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울대의 입시 정책은 우리나라 대학 입시의 변화를 가져오는 밑바탕이 된다.

서울대의 입시안에는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시모집을 수능으로만 선발하는 등 전형 요소를 간소화하여 학생의 부담을 최소화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전형 요소는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어 복잡하다. 서울대학교는 입학 안내 보도 자료 첫머리에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자기를 계발하여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중에 학교 교육과정 내를 언급했는데 이는 공교육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 등에 비중을 두는 입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입시안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 기간을 주지 않고, 코앞에서 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험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계획을 세워 입시 준비를 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3년 예고제’라는 룰을 둬 입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심한 경우는 아예 이를 무시하고 바꾸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서울대만이라도 ‘6년 예고제’로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이 대학입시 로드맵을 장기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랜 연구 끝에 입시안을 만들어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특히 학교 교육정상화라는 것에 맥락을 함께 한다면 답이 쉽게 나올 수 있다.

서울대는 국가 지원금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학이다. 아울러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정부 방침을 적극 실천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 우수 학생 선발이 아닌 사회 통합을 위한 고른 기회 전형 확대에 힘써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국립대학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가적 이미지에 걸맞은 입시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도 임무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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