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100도씨를 보았다. 제목은 ‘인생은 목욕탕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운 것이 없어 33년간 목욕탕 일을 하면서 지낸 이야기다. 주인공 김상섭씨는 전남 땅끝마을에서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까지 겨우 졸업하고 농사짓는 일을 면하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다. 19살 소년 김상섭은 직업을 구하려고 했지만 배운 것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야 했다. 주머닛돈도 떨어질 어느 날 그는 명동에서 고향 선배를 만난다. 고향 선배는 소년 심상섭에게 자신이 일하는 목욕탕을 숙소로 만들어줘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고생 끝에 얻은 일자리는 봉제공장, 거기서 그는 힘들게 일했지만 목욕관리사보다 낮은 보수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1년 후 그는 봉제공장을 그만두고 목욕관리사의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목욕관리사의 일도 만만하지 않았다. 서투른 실력으로 일하다보니 실수를 연발하고 손님을 불편하게 만들기 부지기수였다. 때로는 손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어 목욕관리사를 그만 둘까 한다.
‘내가 왜 꾸지람까지 들어야 하나, 왜 이 일을 하지?’ 그는 봉제공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도 해보았다. 하지만 곧 마음을 추슬렀다. ‘열심히 해보자. 봉제공장보다 더 많이 벌면 되지.’ 그는 끼니를 거르면서 열심히 일했다. 이렇게 번 돈을 계산해보았더니 봉제공장에서 주는 30만원보다 세 배가 더 많은 150만원까지 벌 수 있었다. 당시 목욕탕에서 때 밀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은 한 사람당 800원이었으니 얼마나 열심히 벌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는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가정환경 조사서를 가져왔다. 아들은 가정환경 조사서에 적는 부모의 직업을 물었다.
"아빠, 직업은 뭐지요?"
그는 대답을 못했다. 때밀이라는 직업이 혼자서만 좋아했지 아들에게 말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결심했다. ‘때밀이라는 직업 그만 두자. 10년만 일하자. 그래서 남들이 떵떵거리는 사장 소리도 들어보자.’ 이렇게 생각한 그는 더욱 열심히 일하고 절약했다. 드디어 10년이 되었다. 그는 모은 돈을 털어서 자그마한 족발 가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꿈에도 그리던 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가게도 생겼으니 조금만 노력하여 큰 부자가 될 거야.”
그는 열심히 일했다. 전화 한 통이면 배달하고 쉴 틈 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시장조사 한번 제대로 못한 사업, 생전 처음 대하는 족발 음식 가게라는 일, 남의 말만 듣고 시작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망하는 것은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평생 모은 돈을 대부분 날렸다. 할 일도 없어졌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어떡하지? 역시 목욕탕이 좋아. 돌아갈 거야.’ 이렇게 하여 다시 목욕탕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보증금을 내고 들어간 목욕탕, 부도로 보증금도 떼어야 했다. 새로 들어간 목욕탕의 부도, 세 번이나 보증금을 날려 알거지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2억이나 되는 빚, 그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처음에 왔을 때도 맨손이 아니던가? 나에게 젊음과 튼튼한 몸이 있잖아. 다시 시작하자. 처음처럼.’ 그는 보증금 없이 목욕탕에 들어가서 처음처럼 일을 시작했다. 다행이 그에게 잘한다는 입소문이 있었다. 친절과 정성 그것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는 말한다.
“저는 목욕탕이 좋아요. 바깥세상이 겁나요. 목욕탕에는 빈부차이가 없기 때문이지요. 권위의식도 없어요.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말이지요. 명품 시게, 좋은 옷을 입고 탈의실로 들어올 때는 팔자걸음이지만 옷을 벗으면 착하게 돼요. 저는 옷을 입은 사람은 잘 몰라요. 하지만 옷을 벗은 사람은 직업이 무엇인지, 건강은 어떤지 금방 알지요.”
그는 아들에게도 직업이 알려질까 싫었던 때도 있었지만 목욕탕 일이 좋다고 한다. 목욕탕 안에서는 모두 평등하다고 한다. 그리고 발가벗은 손님의 건강을 염려해주고 직업을 알아내고 사람과 사귀는 방법을 알게 되어 일의 즐거움을 느끼니까 말이다. 행복은 힘든 것을 이겨냈을 때 더욱 커지고 좋은 직업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