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험지식과 몰입이 과학을 만든다

2014.04.14 09:57:00

만약 당신이 사과나무 아래를 걸어가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았다. 당신은 만류인력을 발견했다고 외칠 수 있는가? 대답은 ‘아니올시다. 그럴 리가 없지요.’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탕 안에 가득 물이 들어있는 목욕탕에 들어가서 쏟아지는 물을 보면서 ‘유레카’라고 외칠 수 있을까? 역시 대답은 ‘아니올시다. 그럴 리 가 없지요.’라고 할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같은 현상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선험지식’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몰입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하게 만든 과학적 지식의 발견은 선험지식과 몰입이라는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선험지식을 많이 가질수록 질 높은 몰입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몰입의 대가들이다. 아인슈타인도 몰입의 대가였다. 아인슈타인의 몰입의 정도를 느끼게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 아인슈타인은 집에 남아 연구하고 있을 때다. 아인슈타인의 아내가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난로 위에 물 있으니, 배고프면 계란을 삶아 먹도록 해요.”

아인슈타인은 대답을 하고 몰입을 계속하였다. 아인슈타인은 배가 고픈 것을 알고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계란을 집어서 끓는 물속에 넣었다. 잠시 후 몰입에서 깨어나 물통 안을 들여다본 아인슈타인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물통 속에는 계란이 아닌 시계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몰입해 있어서 시계가 계란인줄 착각하고 집어넣었다는 이야기다.

유레카는 그리스시대에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말이다. 왕이 아르키메데스에게 물었다.
“이 왕관이 정말로 순금으로 만든 게 맞느냐?”
“그거야 간단하지요. 녹여보면 알 수 있잖아요.”
“난 이 아름다운 왕관을 그대로 두고 싶어. 녹여서는 안 돼. 하지만 순금으로 만들었는지 알아야겠어. 자네가 그걸 해야겠어.”
“예? 왕관을 녹이지 않고 순금인지 알아보라고요?”

아르키메데스는 난감했다.
‘어떻게 녹이지도 않고 순금인지 알 수 있단 말이야.’

솜씨 좋은 왕관 제조업자가 금을 빼돌렸다는 소문을 들은 왕은 소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왕관의 모습을 바꾸기 싫어서 아르키메데스를 찾은 것이다. 왕의 앞에서 물러나면서 아르키메데스는 생각해보았다.

‘녹이지 않고 어떻게 순금인지 알 수 있을까?’
아르키메데스는 집에서도, 길을 갈 때도 왕관만 생각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르키메데스는 지친 몸을 쉬려고 목욕탕에 갔다. 탕 안에는 물이 가득했다. 탕 안으로 들어가자 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 몸이 가볍지?’
탕 안에 들어간 아르키메데스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래, 가볍다고 느낀 것은 쏟아진 물 때문이야. 쏟아진 물은 물속에 잠긴 내 몸의 부피와 같아. 그때문 가벼워진 거야. 금관의 부피도 그렇게 잴 수 있어. 그리고 왕관의 부피만큼 금과 은을 모아 저울에 비교하면 알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한 아르키메데스는 옷도 입지 않은 채 목욕탕 안에서 뛰쳐나왔다.
“유레카, 유레카!”

아르키메데스는 옷도 입지 않고 길거리로 나와 궁궐로 달려간 것이다. 호기심만으로 과학자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관련 지식과 몰입이 같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미적분을 풀지 못하는 입학생이 많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과학과 수학 배우기를 기피해 점수 받기 쉬운 과목만 선택하여 배우기 때문이란다. 이른바 ‘학생 선택권’이 그것이다. 그 때문 기초과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초지식에 튼튼한 과학적 지식과 호기심이 있을 때 한국의 아르키메데스가 나오고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나오지 않을까?
김완기 로봇에게 쫓겨난 대통령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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