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가꾼다는 것

2014.04.23 12:35:00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가꾼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도시농부가 된다는 것이다. 농부는 식물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한다. 사랑이 없는 농부는 농작물을 가꿀 수 없다. 농작물을 가꾸어 소득에만 신경 쓴다고 농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이어 도시농부에 도전했다. 고추모종 10개, 방울토마토 모종 2개이지만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작년엔 농부가 필자였지만 올해는 직장이 멀어 아내가 전담해야 한다. 그래도 멀리서 신경을 써야 한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 햇빛, 통풍, 물주기가 중요한데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 꼭 물을 주라고.

모종을 심은 지 10일 가까이 되어 간다. 집에 오자마자 하는 첫번째 일이 분갈이다. 화분 하나에 두 모종을 심었던 고추를 1화분 1모종으로 하는 것. 토마토는 커다란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들이 뿌리내릴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다. 서로 경쟁하지 말고 맘껏 자라라는 배려다.




고추화분에는 1번부터 10번까지 번호를 붙였다. 마치 학생들 출석번호처럼 고유번호를 주는 것이다. 작년처럼 키 큰 순서대로 매겼다. 이것이 바른 것인가? 작년엔 아무런 생각없이 했는데 꽃망울 맺힌 순서가 옳은 것 같다. 키는 작지만 꽃을 먼저 피우는 것이 어른이기 때문이다.

토마토 모종은 벌써 자리를 잡아 노란꽃을 피웠다. 활짝 핀 노란꽃 하나에 꽃망울은 4개나 맺혔다. 토마토 가꾸기에서 중요한 것은 순치기다. 순치기를 하지 않으면 줄기만 무성하게 자라고 열매가 부실하다. 순치는 방법은 가지 사이에 새순을 제거하는 것이다.

토마토 잎을 만져보니 알싸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토마토 특유의 냄새다. 이런 냄새가 진할수록 토마토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다. 작년엔 황금토마토였는데 올해는 붉은색 방울토마토다. 이제 좀 있으면 붉은색 첫열매가 열릴 것이다. 그 열매를 입안에 넣으면 침이 가득 고일 것이다.


고추모종은 직사광선을 직접 받게 하려고 방충망을 떼어내고 창틀위에 놓았다. 아직 낮과 밤의 기온 치이가 심하니 밤에는 들여놓고 낮에는 창문을 열어 햇빛을 맘껏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광합성, 탄소통화작용 등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아파트에서는 식물이 왕성하게 자랄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식물과 동물의 커다란 차이점 하나. 동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지만 식물은 그렇지 못하다. 그 대신 사람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 식물은 정성을 쏟은만큼 튼실하게 자란다. 무관심하게 방치하면 생명을 다하고 만다.

도시 아파트에서 농부가 된다는 것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번뇌를 잊을 수 있다. 직장일의 스트레스를 씻어낼 수 있다. 식물가꾸기는 마음에 여유를 준다. 거치른 인성을 가다듬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이제 시간을 내어 일부러 고추와 토마토를 가까이 하려 한다. 하얀 고추꽃이 피면 카메라에 그 기록을 남기려 한다. 작년에 가꾸었던 고추나무를 버리지 않고 실내에서 키웠더니 또 꽃이 핀다. 고추가 1년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그런데 열매를 맺지 않는다. 고추모종으로 시험재배 기회도 가졌으니 1석 4조다. 녹색공간 확보와 열매수확은 기본이고 인성다듬기에 베란다 식물가꾸기가 최고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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