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밖에서 뛰노는 놀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술래잡기, 자치기, 그네, 설매, 딱지 따먹기, 구슬치기 등 전래놀이에서 시작하여 종류도 여러 가지다. 실내에서 하는 놀이도 있다. 인형놀이, 끝말잇기 놀이 등 여러 가지다.
부모들이 좋아하는 놀이는 공부와 관련된 놀이다. 놀이를 통해서 많이 배우게 하는 놀이 말이다. 아이에게 좋은 놀이는 어떤 놀이일까?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보라, 부모는 운동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축구를 시켰다. 보라는 부모를 따라 운동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싫어한다. 계속하면 축구 놀이도 싫어지고 아빠와 사이도 나빠질 수 있다. 다른 한 아이가 있다. 재혁이, 아이는 아빠와 방안에서 한자공부를 하고 있다. 꽤 어려운 한자공부, 하지만 재혁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두 아이의 경우 밖에 나가 운동한다고 좋은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방안에서 한자공부를 해도 즐거우면 좋은 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 축구놀이보다 한자공부가 좋은 놀이로 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신나게 하는 아빠의 기술이 작용한 것이다. 또한 아이의 선택권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놀이에서 아이들의 선택권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실험이 있다. EBS 교육방송 ‘놀이의 반란’ 프로그램에 만 5세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실험실에는 미술영역, 수, 과학영역, 쌓기 놀이 영역, 블록 등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실험 그룹은 세 그룹이다.
첫 번째 집단 아이들은 놀이방에 아이들이 들어가서 원하는 영역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한다. 두 번째 집단은 선생님이 지정하는 놀이를 하도록 시키는 경우다. 여기에서는 쌓기 놀이를 시켰다. 세 번째 집단은 선생님이 놀이 종류 몇 가지를 알려주고 쌓기 놀이를 하면 좋겠다고 동의를 구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끼리 놀도록 했다. 세 집단 모두 아이들에게 놀도록 만든 후 선생님이 자리를 비켰다. 어떤 현상이 생겼을까?
아이들의 모습이 변한 것은 20분 정도 지나면서였다. 놀이에 몰입하는 시간이 집단별로 달랐다. 어떤 집단이 몰입하는 시간이 길었을까? 첫 번째 집단이었다. 첫 번째 집단은 아이들이 놀잇감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20분이 지나도 놀이에 열중했다. 하지만 두 번째 집단과 세 번째 집단은 선생님이 나가자 금세 흐트러졌다. 다만 교사가 놀잇감을 지정했던 두 번째 집단의 몰입시간이 제일 짧았다. 아이에게 있어서 진짜 놀이는 자기가 선택한 놀이였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김명순 교수는 말한다. ‘진짜 놀이와 가짜 놀이를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은 그 아이가 주도적으로 그 아이가 주도적으로 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진짜 놀이의 기준은 아이의 자발성의 원칙인 것이다.
논다고 다 놀이는 아니다. 아이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축구를 한 보라는 가짜 놀이를 한 것이고 한자 공부에 푹 빠진 재혁이는 진짜 놀이를 한 것이다. 물론 재미있게 놀아주는 재혁 아빠 덕분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