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는 정답 없어…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세요”

2024.12.19 16:54:40

[교실을 바꾸는 교사들]
올해의 수업혁신 교사상 수상
이미경 강원 치악중 교사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 질문하고 방법 찾아
공학 도구·디지털기기 활용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높여

 

“고등학생을 가르치던 방법으로는 중학생을 가르치기 어렵겠더라고요. 수준 차도 크고, 무엇보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 너무 많았어요.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은 성적을 잘 내도록 강의식 수업을 했는데, 중학생에게는 이 방법이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졌겠다, 생각했죠.”

 

이미경 강원 치악중 교사는 그길로 수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먼저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 질문했다. 수업이 재미있고 의미 있어야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학 수업’을 목표로 삼았다.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발령받은 2018년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평소 IT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했던 그는 수학 탐구용 소프트웨어인 ‘알지오 매스’ 같은 공학 도구와 디지털기기를 수업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 가령, 직접 함수 그래프를 그리고 도형을 작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원리를 익히는 방식이었다.

 

이 교사는 “참여도를 높이려면 동기 유발이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직접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더니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갖고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학생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학 도구 플랫폼 ‘데스모스’에서 제공하는 클래스룸 기능으로 과제 수행 정도를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바로바로 피드백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학생 1인당 1 태블릿이 갖춰지지 않았고, 인터넷 환경도 불안정했다. 계획한 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은 적도 잦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다시 도전하면서 수업을 이끌었다. 그는 “학생들이 문제 풀이를 하다가 막힐 때, 기술적인 부분에서 벽에 부딪힐 때, 한발 더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 정도로 만족할 것인가 고민한 적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를 발견하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어요. 그게 쉽지 않아서 ‘꼭 해야 할까?’ ‘적당히 할까?’ 고민했고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노력해서 결국 구현하고 나면 아이들이 더 즐겁게,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8년 동안 수업 연구에 매진한 그는 최근 ‘올해의 수업혁신 교사상’을 수상했다. 교육부가 올해 처음 신설한 ‘올해의 수업혁신 교사상’은 디지털 기반 수업·평가 혁신에 앞장선 교사에게 주는 상이다.

 

이 교사는 “좋은 근무 환경에서 좋은 학생들을 만났고, 좋은 동료들의 지원 덕분에 상을 받았다”며 “특히 함께 활동하는 연구회 선생님들이 수업 연구에 원동력이 돼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3년 전부터 관내 선생님들과 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매주 모여 더 나은 수업을 고민하죠. 활동하다 보면, ‘수업에 진심을 다하는 선생님이 참 많구나’ 느낍니다.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고 실천적인 수업 방법이 궁금하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연구회의 문을 두드리세요.”

 

“나선형 학습 중요한 수학…

포기 않도록 기초학습 지원해야”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 지루하지 않은 수업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점심 수학 교실을 운영 중이다. 교실 하나를 마련해 튜터 선생님과 함께 수학 질문을 받는다. 이 교사는 “수학은 나선형 학습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제곱근을 구하는데, 분수 때문에 계산을 못하더라고요. 이전에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 학습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한다고 잘할 수 있을까?’ 좌절하고, 결국 수학을 포기해요. 이런 학생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한 학생은 꾸준히 공부해서 점수가 많이 올랐어요. ‘점프 업’한 거죠. 더 많은 학생이 찾아오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당근도 던지고 있어요.”

 

‘나만의 수업’을 꾸리고 싶은 교사들을 위해 응원도 잊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작은 도전을 거듭해 볼 것을 권했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 나만의 노하우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방법으로 시작하면 좋겠다”며 “모든 수업에는 정답이 없다”고 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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