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 (12)

2014.07.09 16:28:00

‘너구리’ 태풍 전야인 느낌이 든다. 조용했다가 비가 내렸다가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한다. 오늘 오후는 학교 공개의 날이라 오후에 학부모님들이 오시게 되어 있는데 좋은 날씨가 되어 학교 방문하는 데 조금이 어려움이 없으면 좋겠다.

성인(聖人)은 아름다움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이나 추한 것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다.(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그래서 아름다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사람(범인)들은 다르다. 아름다운 것 좋아한다. 아름답게 느껴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작은 눈썹 하나까지 관심을 가진다.  

범인은 아름답게 하려고 옷에도, 장식품에도 관심을 가진다. 비싼 옷을 사 입으려고 하고 비싼 구두를 신으려고 하며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려고 한다. 그렇다고 아름답고 품위 있고 매력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성인은 깨끗한지 아니한지? 잘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자연스러운지, 부자연스러운지? 편안한지 아니한지? 그런 것에 더 관심을 가진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아름다움에 대해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비싼 운동화, 메이커 있는 옷, 유명 브랜드 가방 등을 선호하며 아름다움에 목숨을 거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자연에게서 아름다움을 배워야 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다. 자연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게 뛰어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산에 있는 나무를 보면 굽은 것도 있고 말란 것도 있다. 가는 것도 있고 뚱뚱한 것도 있다. 아무도 나무를 보고 잘 생겼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가 지닌 아름다움 때문에 눈만 뜨면 나무가 있는 산을 바라본다. 산은 가까이에 가서 보아도 아름답고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지닌 비결은 자연스러움이다. 보이는 미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적인 미가 더 중요하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오래가고 감동시킨다.

성인(聖人)은 조화를 좋아한다. 소리는 여러 가지가 어울려야 조화를 이룬다.(音聲相和) 하모니를 만들어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기쁘게 한다. 사람의 굳은 마음을 녹이고 닫친 문을 열어준다.

울산연수원에 가면 대왕암으로 가는 길이 참 예쁘다. 봄에는 새소리도 들을 수 있고 각종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조화를 느끼게 된다. 큰 새들과 작은 새들의 합창은 오케스트라를 연상하게 한다. 음악도 자연에게서 배웠고 조화도 자연에게서 배웠음을 알 수 있다.

교육은 조화다. 천차만별의 선생님이 한 학교에 모여 있다. 이런 곳에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참 어렵다. 하지만 조화를 이루어낼 줄 아는 선생님은 지혜로운 선생님이다. 합창을 할 때 한 목소리가 특별히 튀어나오면 그 합창은 망치고 만다. 합창에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한 목소리 되는 것이 생명이다. 자신을 죽이고 전체를 닮아가야 합창이 산다.  

한 어머니의 뱃속에 난 형제자매도 다 다르다. 이들에게 조화가 없으면 화목을 이룰 수 없다. 조화가 없으면 가정에 평안이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조화는 꼭 필요하다. 내가 조화를 이루는 주역이 되든, 내가 조화의 조역이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룸에 쓰임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성인은 자연스럽게 일을 행하고, 말없이 몸으로 가르침을 행한다.(行不言之敎) 선생님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다. 성인은 꼭 자연을 많이 닮았다. 자연은 만물을 기르고도 그 만물을 소유하지 않는다.(生而不有) 일을 하고도 뽐내거나 자랑하지 않는다.(萬物作焉而不辭 만물작언이불사) 공을 이루고도 공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功成而弗居 성공이불거) 어찌 보면 우리 선생님과 꼭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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