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남긴 교훈

2014.07.18 14:01:00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컵은 독일이 들어 올렸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의 비결은 막강한 조직력과 탄탄한 전술, 현란한 공격이었다.

독일의 우승에서 보아야 할 것은 독보적인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르헨티나의 메시, 브라질의 네이마르, 포르투갈 호날두가 주목받았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속한 나라가 우승팀으로 언급되었다. 하지만 독일은 세계적인 스타가 없었다.

축구는 역시 팀 경기였다. 한 사람의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서 팀의 성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호날두는 분전했지만, 결과는 만족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은 탓도 있지만, 혼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메시도 마찬가지다. 종횡무진 활약해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을 받았지만, 팀은 패배했다. 네이마르는 부상이라는 악재 때문에 경기장에서 뛰지 못했지만, 막상 뛰었다고 해도 독일의 조직력을 뛰어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축구가 일부 스타 중심의 경기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대표팀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 예가 박주영이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만 선발한다는 원칙을 주장하다가 느닷없이 박주영 선수를 기용했다. 비난이 있었지만,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골잡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활약이었다. 은퇴한 선수 박지성을 대표팀으로 발탁하려다가 논란만 남기고 중단했다. 이 모두가 스타 한 사람에게 기대려다가 생겨난 결과이다.

독일 감독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차범근에 의하면 요아힘 뢰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 시절에 자신의 백업 선수라고 했다. 즉 그의 선수 경력은 초라했다는 것이다. 2부 리그 3부 리그에서 팀들을 전전하며 보냈다. 그런데도 그가 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은 유소년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코치와 감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러 팀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경험했던 뢰프는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재능이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선수 기용 전술로 승승장구했다.

이번 월드컵은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교훈도 주었다. 개최국 브라질의 예상치 못한 참패가 그것이다. 브라질은 개최국이면서 우승 1순위 국가였다. 그러나 독일과의 4강전에서 무려 7골을 허용했다. 비슷한 전력의 강호끼리 맞붙는 준결승전에서 7골이 터진 것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브라질이 내준 7골은 역대 월드컵 사상 4강전에서 나온 최다실점이다. 브라질이 역대 월드컵에서 거둔 최다실점 패배이기도 하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로 역전패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월드컵 무대에서 겪은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참패였다. 스페인은 칠레에까지 무릎을 꿇으며 만신창이 모습으로 쓸쓸히 떠났다. 유로2008, 2010남아공월드컵, 유로2012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정상에 오른 나라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 언론은 이변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어떤 일에 대한 결과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확실한 근거나 이론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변은 편견이 만들어낸 말이다. 이번 월드컵에 이변은 없었다. 정상적인 과정이 만들어낸 예견된 결과였을 것이다.

축구의 결과를 누가 알겠는가. 오직 시작만 알 수 있지,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할 때 결과가 만들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는 인생과 닮은꼴이 있다. 시작과 출발은 보이지만, 결과를 알 수 없다. 최선을 다하는 삶만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그것이 후회 없는 삶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감독이 물러나는 소동을 치렀다. 결과를 값진 거울을 삼아 새로운 지침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분명히 격차가 있다. 그런데도 감독 교체의 우산으로 들어가 상처를 봉합하려고 한다면 나아지는 것이 없다. 우리의 실력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는 것도 검토되어야 한다. 협의도 책임이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 기회에 근본적인 수술대에 올라 뼈를 깎는 아픔이라도 감내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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