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보다 좋은 사람이 먼저다

2014.07.18 14:08:00

후배 선생님과 자동차 이야기를 했다. 손윗동서가 고급 차를 샀는데 부럽다고 한다. 조수석에 탔는데, 부잣집 응접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 차를 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다음에는 꼭 그 차로 사라고 권한다. 이제 나이에 맞게 그 정도는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어디 가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대접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나도 이미 그 차에 눈과 마음을 빼앗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친구가 이 차를 타고 있어, 마음에 두고 있었다. 나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타고 있는 차보다 더 좋은 것에 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사실 차에 대해 욕심을 보이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다.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혼자만의 생각이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없고, 나쁠 것도 하나도 없다. 욕심이란 단어 그 차제도 순하다. 한자로 봐도 ‘욕(慾)’자는 바랄 욕 자(欲) 아래에 마음 심 자(心)가 있는 형태이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 얻고자 하는 마음이다. 실제로 욕심은 발전의 동력이다. 욕심이 있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성과를 만들어낸다. 오늘과 같이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편하게 살 수 있는 것도 결국 우리에게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욕심 많은 사람은 대부분 어떤 일이든 진취적이고 의욕이 강하다. 흔히 어린 학생들을 보고 공부를 못한다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는데 위험한 판단이다. 그들은 아직 어리다.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공부 욕심만 있다면 언제든지 공부를 잘하게 된다.

그런데 욕심은 단순한 바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다’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때의 욕심이란 물질적인 욕망을 채움으로써 얻어지는 쾌락을 바라는 마음이다. 매일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사건을 보면 모두 욕심이 빚어낸 것이다. 기업을 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며,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던 사람이 쇠고랑을 차는 것은 결국 과한 욕심이 만들어낸 참사이다.

주변에 소소히 일어나는 갈등도 욕심의 물줄기가 만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한다. 공부를 남보다 잘해야 하고, 일류 대학에 가야 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잘 살아야 한다고 밀어댄다.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인지,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인지 주객이 전도된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과해지고, 만족이라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좋은 점수를 받고도 남과 비교하면서 우위에 서지 못했다며 자책을 한다.

생각의 뜰을 빗질하다 보면 주변에 고마운 것이 많다. 지금 타고 있는 자동차도 그렇다. 자동차 덕에 매일 안전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다. 휴일에는 자동차를 타고 여기저기 일을 보러 다닌다. 지난 연휴 때는 이 차로 공주, 부여로 가고, 담양으로 땅끝마을까지 다녀왔다. 며칠 사이에 과하게 다녔는데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좋은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나를 괴롭힌다. 차를 살 수 없는 형편 때문에 마음만 상한다. 하지만 지금 차가 좋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차만이 아니다. 아내는 지금 사는 곳보다 넓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심, 남보다 예뻐 보이려는 욕심,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욕심, 내 아이는 잘 키워야겠다는 욕심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이 바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 마음이 지나치면 삶에 회의와 실의에 빠지게 된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에 마음을 두면, 순박한 정취가 풍겨와 우리를 평화롭게 한다.

고급 차를 타는 이유는 꽉 막힌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비싼 차도 그때는 순서를 기다리고 서 있는 차의 꽁무니에 있어야 한다. 비싼 차에 대한 욕심은 삐뚤어진 마음의 칼날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빈곤감을 주고, 그것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주눅이 들게 하려는 거만함이 담겨 있다.

이 기회에 사람들이 좋은 차보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지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담아본다. 좋은 옷으로 몸뚱이를 치장하기보다는 살아가는 목적을 깊이 따져보며 사는 눈빛을 가져보면 어떨까. 넓은 평수의 아파트보다 이웃과 좋은 관계로 행복감을 느끼고 사는 삶이 아름답다. 남과 경쟁하기보다 스스로 노력한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삶이 펼쳐지면 그것이 글로벌 경쟁력이 된다. 선진국이 되는 길, 국가 개조로 가는 길을 고민하는데 답은 간단하다. 막힌 길에서도 환한 미소로 웃고 싶어 하는 착한 욕심들을 가지면 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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