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아들을 보며

2014.11.06 10:30:00

“아들아, 비데 조립에 도전하자.” “아빠, 이것 갖고 무슨 도전….”

“이 비데 얼마짜리야?” “삼십 팔만 원 넘지!”

“왜 이런 비싼 비데를 샀지?” “응, 너 공부 잘하라고!”

한 집에 살지만 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다. 아들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끔 문을 열어보면 공부를 하고 있다. 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때론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어느 때는 흥얼거림 소리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이게 군대를 다녀온 대학생의 모습이다.

군대 가기 전에는 거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구들 공동 공간이니 자연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제대 후 아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자기 방을 스스로 디자인하여 리모델링하였다. 그 동안 부모가 해 준 도배, 가구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자기 공간을 스스로 꾸민다는 것, 좋은 일이다. 다만 몇 십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들방, 벽지 색깔이 특이하다. 진한 푸른빛이다. 마치 심해 속 같다. 부모가 사준 옷장 대신 조립식 철제 옷장이 들어섰다. 방바닥은 물론 베란다 바닥까지 싹 바꾸었다. 자기가 살 공간을 자기 마음에 맞게 고친 것이다. 침대 위치도 바뀌고 시계는 베란다 유리창에 고정시켜 놓았다. 조명 기구도 바꾸어 밝기가 대낮 같다.


그런 아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비데가 도착하자, 그것을 아빠가 펼쳐 놓자 조립하려고 달라붙은 것이다. 필자가 할 수도 있지만 제품설명서 등의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조립은 낮에 해야 하는데 밤늦게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작업도구는 스패너 하나면 족하다. 어려운 작업 같지만 도전하면 해낼 수 있다.

아들은 과연 젊은이답다. 설명서를 보고 조립을 시작하더니 금방 변기 위에 올려놓는다. 비데를 고정시키고 수도관을 연결한다. 완전히 설치한 후 거실에 필터가 남았다. 필터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끼워 넣는다. 이렇게 작업한 시간은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도전하면 해낼 수 있는 작업이다.

아들의 행동을 보고 부모로서 반성 해 본다. 흔히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어리다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식들 방의 도배, 옷장, 책장, 침대, 방바닥, 커튼 등을 부모가 정한다. 혹시 자식의 의견은 물어 보지만 최종 결정은 부모가 한다. 그런 부모가 정한 환경 속에 자식을 가두는 것이다.


부모가 만들어 준 환경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부모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 된다. 그러나 자식이 스스로 자기 방을 꾸민다면 자기만의 소중한 공간이 된다. 자신이 꾸미었기에 그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이게 바로 스스로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부모와 같이 살지만 독립적인 삶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부부는 부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아들이 다니는 대학교 우리 아파트에서 걸어가면 10분이다. 마음만 먹으면 점심시간에 달여와 먹고 갈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통학용 자전거를 사 달랜다. 걸어가기가 귀찮아 자전거로 빨리 가겠다는 아들이다. 일월호수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운치를 즐겼으면 좋으련만.

제대를 하고 나선 서울에서 자취를 하면서 통학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가까운 집은 놓아두고 사당동에서 방을 얻고 버스 통학을 하는 것이다. 아들이 말하기를 수원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수원에서 나오고 여기서만 생활하여 세상 보는 시야가 좁아져서 이것을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맞는 말인지?

그렇다면 여기에 들어가면 월세 보증금 2천만원, 월세 45만원은 부모 몫이다. 자취하려면 취사도구가 필요하다. 혼자 음식을 해 먹으려면 음식재료 값도 만만치 않다. 이 부담이 모두 부모에게 돌아온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지만 최저 임금에 불과하다. 우리 부부는 인내심을 갖고 아들의 성장하는 과정, 독립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생활비는 두 배로 들어갔지만 자취 10개월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아들이다. 부모로서 자식교육이 가장 힘들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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