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인내다 (5)

2014.12.10 09:08:00

한 학부모님이 일찍 찾아왔다. 이 학부모님의 애는 특출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안다. 키가 아주 크다. 애도 잘 생겼다. 쳐다보면 부러울 정도다. 그런데 자주 문제를 일으켜 교무실에 자주 온다. 나도 그 애의 이름까지 안다. 어떤 때는 담배를 피우다가 걸려 지도를 받는다. 지각을 해서 불려오기도 하고 또는 결석, 무단조퇴를 해 붙들려 오기도 한다.

이 애는 자기 반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졌다. 장난기도 많아 장난을 치다 팔에 기부스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다혈질이라 심심하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정말 못 말리는 학생이다. 한번은 다른 선생님에게 걸렸다. 혼이 났다. 이 애는 마음이 상했고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집에 가서 말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일찍부터 학교에 찾아온 것이다. 애의 이야기만 듣고 화가 나서 학교에 일찍 찾아온 것이다.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기 애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 자기 애 때문에 선생님이 수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다. 그런대도 화가 나서 찾아오게 되었다. 자기 애의 인격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문제아도 선생님에게 인정받기 원했다.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기 원했다.

선생님은 자세를 낮췄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참았다. 학부모님의 마음을 달랬다. 소리도낮췄다. 어머니는 크게 해도 죄인인양 선생님은 작게 했다. 어머니도 수그러졌다. 선생님의 저자세와 인내에 감동이 되었다. 어머니도 소리를 낮추고 자식의 잘못 때문에 수고함에 감사의 말을 하기도 했고 애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

우리 선생님들은 아무리 속을 썩이고 마음을 아프게 해도 인격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도 사람 대우를 받기 원하고 있고 인정 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특히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것을 알면 학생의 마음도 아프게 하지 않고 부모님의 마음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님이 아무리 화가 나서 따지고 대들어도 선생님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함께 소리를 지르고 평행선을 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선생님이 참고 또 참았기에 문제가 쉽게 해결된 것이다.

또 하나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학부모님이 화가 나서 고자세로 나와도 선생님은 아주 낮은 자세로 나오면 학부모님의 선생님의 말과 행동에 감동이 되어 쉽게 화를 풀 수 있게 할 것이고 얼어붙은 어머니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학생의 문제를 일일이 말하면서 고자세로 나왔다면 어머니는 더욱 화가 났을 것이고 더 험악한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다. 말을 낮추고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는 자세는 용납되지 않지만 그렇게 했기에 일단락 매듭을 짓게 된 것이다. 겸손은 어머니의 얼음같은 굳은 마음, 딱딱한 마음도 녹일 수 있고 어머니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인내에서 나온다. 한번은 이 학생이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막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인내하며 대화를 나눴다. 먼저 이 학생의 장점을 말해 주었다. 준수한 점, 키도 크고 잘 생긴 점, 등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니 듣기 시작했다. 꿈을 가져보라, 모범생이 되겠다는 꿈, 학급을 변화시켜보겠다는 꿈, 나 때문에 학급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행동을 해보라, 학급에 좋은 영향력을 끼쳐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학생은 듣기 시작한 것이다.

영어를 비롯하여 모든 과목을 열심히 해보라, 고등학생이지만 중학교 영어부터 다시 시작해보라, 그러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은 학생은 마음이 누그러지기 시작했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교실에 가서 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이 학생은 인사도 하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선생님에게 다가가 고맙습니다. 파이팅, 하며 만족을 나타내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인내하면서 학생을 설득해 가면 새롭게 변화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인내다.

선생님은 평생 학생과 씨름하고 학부모님과 씨름한다.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인다. 하지만 겸손과 인내 때문에 이기게 되고 박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 때문에 학부모님 때문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낙심하지 말고 잘 참으면 된다. 우리에게 강한 무기가 다름 아닌 인내인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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