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바로 오늘 들은 소식이다. 전국 기차역에 '교감선생님 주의보'가 발령되었다는 것이다. 겨울 강추위를 앞두고 ‘독감 주의보’는 들었어도 ‘교감선생님 주의보’는 처음이다. 그런 말이 있는지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대한민국 선생님으로서 하나의 작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른 바 ‘교감선생님‘ 명칭을 동원한 사기 사건이다. 전국 기차역을 돌며 '교감 선생님'이라 속이고 차비를 빌린 뒤 떼먹은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기차역에서 상습적으로 교원을 사칭해 "차비가 없다"며 돈을 빌려 떼먹은 혐의(사기)로 김모(53)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0월 24일 오후 10시30분쯤 부산 초량동 부산역에서 권모(25)씨에게 "강원도 삼척에서 교감선생님을 하는 사람인데 지갑을 잃어 버려 차비가 없으니 돈을 빌려 달라"며 가짜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10만원을 빌린 뒤 떼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김씨가 말끔한 정장차림을 하고 곤경에 처했다고 말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부산역 외에 대구역, 익산역 등지에서 휴가 나온 군인과 대학생 등 모두 4명에게서 40만원을 빌려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범행은 피해자들이 제보한 국민신문고와 인터넷 블로그, 영남대학 게시판 등에 피해사례가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기차역 등에 설치된 CCTV를 조사하고 동종전과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김씨를 검거했다.
이런 소식을 듣고 웃어냐 하나, 울어야 하나? 한마디로 ‘세상에 이런 나쁜 사람이 있나?‘이다. 그래 길거리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기치는데 ’교감 선생님‘이라는 명칭을 동원하다니? 그렇게 만만한 게 교감이란 말인가? 교감하면 학교에서 교장 다음의 위치다. 학교교육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교감이라는 자리에 오르려면 최소 교직경력이 20년을 넘어야 한다. 요즘엔 승진이 하도 어려워 30년이 되어도 평교사로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교감이 되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인간으로서 성품도 갖추어져야 한다. 교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꾼이 더 괘씸한 것은 교감 흉내를 내느라고 말끔한 정장차림에 가짜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속인 것이다. 사람들은 선생님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선생님뿐 아니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을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범인은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최소한 양심이 있는 교감이라면 길거리에서 구걸하거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치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학교를 찾아가 자기 소속과 직위 성명을 밝히고 사정이야기를 하면 해결이 될 것이다. 물론 그 학교에서는 상대방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할 것이다. 사실 확인이 끝나고 귀가하여 고마움을 제공한 사람 통장에 입금하면 되는 것이다.
요즘 지갑 속에 10만원 현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도 미루어 짐작컨대 사기를 당한 군인이나 학생은 상대방을 교감으로 믿고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선량한 사람들을 속였기에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교감선생님 주의보' 발령 소식에 씁쓸한 웃음 짓는 사람들 많으리라고 본다. 필자가 아는 어느 한 교감은 이번 사건을 보고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라고 분개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아무리 교권이 떨어졌어도 우리 국민들은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믿어야 한다. 특히 선생님은 믿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