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어떤 추억 있으세요?"

2014.12.26 14:18:00

“아빠, 성탄절을 앞두고 무슨 선물 받고 싶어요?”

대학교 4학년인 딸이 아빠에게 묻는 말이다. 그래도 딸 아이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나 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오붓한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요즘은 핵가족 시대에다가 외지에서 자취하는 자식들이 있어 가족 네 명이 동시에 식사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50대 후반인 필자, 딸에게 다소 힘없는 답변을 하고 말았다. “응, 아빠 정도의 나이가 되니 받고 싶은 선물이 별로 없네!” 20대 딸과의 세대 차이가 나 딸 아이와의 기대와는 달리 맥없는 답변을 하고 나니 대화가 끊기고 만다. 아마 나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필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탄절! 나에게는 어떤 추억이 남아 있을까? 유년시절, 한 동네에 기독교 신앙심이 두터운 이웃이 있었다. 그 집은 딸이 여러 명이고 아들은 하나였는데 그 집 아들이 나와 동갑내기다. 초등학교도 같이 다녔고 동네에서 놀이도 함께 하였다.

아마도 그 집의 영향을 받았을까? 그 집 식구는 일요일이면 교회에 모두 간다. 성경책을 옆에 끼고 가는 모습을 보면 신앙이 한 집안을 똘똘 뭉치게 하는 것 같았다. 친구는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제안을 한다. “영관아! 성탄절날 함께 교회에 가자!” 아마도 교회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오라는 모양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이니 창피함도 모르고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갔다. 중동파출소 근처의 교회이다. 교회 담당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먹을 것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선물도 안겨준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먹을 것 주고 선물도 주니 천사가 따로 없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인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는 조금은 양심이 살아 있었나 보다. 성탄절을 바로 앞두고 교회에 가는 것이 아니라 12월 초순부터 교회에 나간다. 낯설지 않게 미리 얼굴을 익혀 주는 것이다. 그래도 연보돈을 낼 형편이 안 된다. 친구는 자기가 가져온 돈을 나누어 주며 내라고 한다. 친구의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어른이 돼서 우리집 식구를 모두 놀라게 한 사건 하나. 경기도청앞 단독 주책에 살 때인데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우리집 문앞에서 울리는 캐롤을 들었다. 교회 성가대인 모양인데 교인들 집을 찾아 다니며 찬양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 들은 노래 제목이 ‘기쁘다 구주 오셨네‘ 잠시 동안이지만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의 세례명은 마리아였다. 아내와 딸, 아들도 어렸을 때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믿음이 없다.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 성숙을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한데 아직 절실함을 못 느껴서인지 망설이고 있다. 주위에서 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사람들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성탄절을 앞두고 아내가 성탄트리용품을 사 가지고 왔다. 동생들과 조카들에게 선물을 주고 기쁘게 해주려는 모양이다. 김치냉장고 위에 놓으니 조금은 성탄절 분위기가 난다.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 음악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마다 한 밤중 인근 아파트 베란다에서 반짝이던 전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성탄절을 보내며 성탄절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것도 뜻 깊을 것 같다. 나보다는 이웃을 생각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도움을 준다면 물질적인 것을 떠올리지만 정신적으로 도울 것도 많다. 재능기부도 그렇고 시간만 내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런 마음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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