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머리 염색을 하고

2015.01.22 09:22:00


오늘 이발을 하고 처음 머리 염색을 했다
눈썹에도 흰 털이 박혀 눈썹까지 했다
염색을 하고 거울을 보니 새까만 머리가 낯설다
이삼일 지나면 금방 또 익숙해지겠지
돋보기를 쓴 건 벌써 이십여 년 전

나는 이제 돋보기를 끼고 겨우 염색을 한번 해보았다
앞으론 지팡이도 짚어야 하고
보청기를 맞추러 허둥지둥 헤매기도 해야 하고
임플란트를 하러 뻔질나게 치과에도 드나들어야 한다

세상은 지금 폭설과 연일 강추위다
이 추위를 견디며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내 젊은 날은 연일 폭설과 강추위였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다 흘러간 세월이었다

이제 내게도 노년의 세월은 목전에 왔다
무엇을 하며 긴 하오의 날들을 보내야 할지
어머니의 좋은 아들로 여생을 살아야 할 텐데
어려서 하이네와 바이런을 읽으며
내게 했던 약속도 죽기 전에 꼭 지켜야 할 텐데

시작노트

이제 내 나이도 6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50대 이후 부터였던가. 누구에게 나이를 얼른 공개하기가 망설여지더니 급기야 70고개를 저만치 내다보고 있다. 나이를 자꾸 감추기만 하면 어쩔 것인가. 정직하게 나이를 공개하고 그 나이에 걸맞게 건강하고 보람있게 나이를 가꾸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고령사회, 고령화 사회라는 말에 자꾸 익숙하다 보니 나도 그 고령화 사회의 멤버가 된듯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여의고 죽음에 대하여 많이 묵상을 했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며 죽음과 친해지고자 노력했다. 죽음과 친해지는 방법은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 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는 부쩍 좋은 시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것은 내가 십대 적에 내게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과 좋은 시로 자주 만나고 싶다.



최일화 시인/2011.8 인천남동고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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