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같은 선생님(2)

2015.01.25 22:55:00

아직 저녁이 되면 겨울이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면서 인내하며 살아야겠다. 날씨 추운데다 몸까지 아프며 외롭게 지내는 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겠다.

올해는 유달리 소나무를 좋아한다. 산을 자주 찾은 편이서서 소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소나무와 같은 선생님, 소나무와 같은 학생들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나무는 뽐내지 않으니까 참 좋다. 키가 쭉 빠지고 곧게 자랐으니 자랑할 만하고 뽐낼 만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매력을 끈다.

우리 선생님들은 머리가 좋고 실력도 있고 인성도 좋으며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생님이 되었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랑할 수 있고 뽐낼 수 있다. 하지만 뽐내면 안 된다. 소나무 같은 선생님이 되어야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소나무는 언제나 자기 자리를 지키니까 좋다. 산을 찾을 때마다 항상 그 자리다. 싫증이 나서 옮기고 싶고 잘 보이기 위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싶고 따뜻한 자리 찾기 위해 남향을 원할 수도 있지만 그리하지 않는다. 자기 자리를 지키니까 보기가 좋다. 사람과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소나무 같은 선생님이 되면 참 좋겠다.

소나무는 말이 없으니까 좋다. 한 마디도 않는다. 끝까지 하고 싶은 말 있어도 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 소나무 같은 선생님은 더욱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나무는 남과 더불어 사니까 좋다. 자기들만 살지 않는다. 잔디도 품고, 잡나무도 품는다. 새들도 품는다. 하늘도 벗삼고 흙도 벗삼는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소외된 사람도 품고 성품이 거친 사람도 품고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도 품을 줄 아는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소나무는 양보하며 산다. 길을 내주며 산다. 손해를 보면서도 산다. 자기들만의 자리를 양보해주는 미덕을 보인다. 등산객들이 소나무를 힘들게 해도 참는다. 대단하다. 자기들끼리는 비좁아도 불평하지 않고 산다. 서로 의지하며 산다.

소나무 같은 선생님들은 양보하고 손해보고 그래도 불평하지 않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닌데 싸우면서 살 이유가 없음을 아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소나무는 찬바람에도 인내하며 사니까 좋다. 선생님들에게 찬바람이 불 때가 많다.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참을 줄 아는 선생님은 지혜롭다. 참지 않고 화를 낸다고 찬바람이 그치는 것도 아니다. 잘 참아내면 따뜻한 화창한 봄날이 온다.

소나무는 흙을 의지하며 사니까 좋다. 흙을 싫어하는 이는 없다. 따뜻한 흙을 가까이 하면서 사는 이는 언제나 따뜻하다. 언제나 온기를 내품는다. 산 밑에는 아스팔트 길이라 찬바람이 불지만 흙으로 이루어진 산에는 언제나 따뜻하다. 포근하다. 이런 선생님을 되면 좋겠다.

소나무는 햇볕 가리고 바람 막아주니까 좋다. 땡볕이 싫을 때 가려주고 칼바람이 싫을 때 막아주는 소나무와 같은 선생님은 참 좋은 선생님이다. 바람을 막아주고 추위를 막아주는 선생님은 언제나 든든하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르니까 좋다. 푸른 소나무처럼 언제나 꿈을 지닌 선생님이면 좋겠다. 소나무는 곧게 자라니까 좋다. 곧게 자란 나무는 믿음직스럽다. 존경스럽다. 머물고 싶다. 많은 생각을 품게 한다. 이런 선생님이면 한다.

소나무는 상처를 받아도 낙심하지 않으니까 좋다. 교직생활을 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과 교직원들로부터도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그래도 참고 잘 자라는 소나무 같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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