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우울증 전수조사 필요하다

2015.03.16 09:17:00

교사 우울증, 학생의 학업성취에 지대한 영향

2015년 3월 11일 발행된 미국의  Huffington Post에 의하면,

많은 연구에서 교사의 우울 정도가 다른 직업군보다 높게 나왔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며, 플로리다 북부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교사가 우울할수록 학생의 학업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2010년도에 3학년 학생 520명을 가르치는 27명의 교사들을 상대로 우울증 정도를 측정하고 수업을 관찰한 결과, 교사의 우울증이 심할수록 수업 분위기 및 교수학습의 질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생들의 학업성취 또한 낮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에 연구진들은 교사의 우울증이 학생의 낮은 학업성취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 성립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으로 교사가 더 우울해지는지 아니면 우울한 교사가 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우울증과 학생의 학업성취 간에는 분명한 부적 관계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연구진들은 교사의 우울증이 학생의 낮은 학업성취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학생과 교사 간의 원활한 소통과 창의적인 수업에 방해되는 것은 분명한 만큼 교사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환경에 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하였다.
( 이상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해외교육 동향에서 인용함)

2009년 일본,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5,400여 명 휴직

 2009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조사한 결과 '마음의 병'을 이유로 휴직한 교사는 5,458명으로 사상 최다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휴직 교사의 6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교사 된 것을 후회하는 한국, OECD 1위!

교사 된 것을 후회하는 교사 비율이 OECD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교사들이 일반 직장인 보다 우울증을 더 심하게 앓고 있는 것으로 공개됐다. 지난 2013년 12월 마인드프리즘은 전국 초·중·고 교사를 초청해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 교사편’을 개최한 결과 일반 직장인보다 우울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전달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폭언, 교권 침해 등 부당한 대우에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진 상태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을 개인이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가는 학교 측의 반응에 더욱 무력감을 느낀다고.

교사 집단의 우울경향성은 신체 및 사고 기능저하(50.3), 우울한 감정(49.8), 비관적 사고(47.6)순이다.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점수인 45점에 비해 약 3~5정도 높은 수치다. 여기에 교사의 직업적 페르소나(이성과 의지를 가지고 자유로이 책임을 지며 행동하는 주체)로 인해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드비 콤플렉스’는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언제나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상태로, 사회복지사, 교사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대치가 높은 직업군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2013)’를 바탕으로 회원국 중학교 교사 10만 5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교사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교사 된 것 후회한다’고 대답한 교사의 비율에서 한국이 20.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회원국 평균(9.5%)을 크게 웃돈다.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 비율에서도 한국은 36.6%로 회원국 평균(22.4%)보다 높게 책정됐다.(동아일보 2015. 2.10. 인용함)

절제된 감정노동자, 도덕적이고 착해야 하는
슈드비 증후군에 시달리는 교사도 인간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필자 역시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평생 '슈드비 증후군'으로 살고 있음을 고백한다. 명절에 시댁에 가더라도 다른 며느리들보다 더 일찍, 더 오래 머물렀고, 더 자주 시댁에 가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며느리로서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지만 나의 일상은 늘 힘들었다. 하다못해 아파트에 재활용 물품을 버리러 갈 때도 샤워 후 화장을 하고 갖춰 입고 나가며, 허투루 외출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어디서건 '선생'이라는 꼬리표에 더 신경을 쓰고 살아온 삶이니, 일탈은 꿈조차 꾸지 않는다.

슈드비 증후군은 가족들에게도, 친척이나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잘못이나 실수를 해도 "선생이 저러면 안 되지!" 하며 날아올 돌팔매를 이길 자신이 없으니, 내 안의 '나'는 온통 '교사'라는 정체감이 거의 전부인 셈이다. 모든 인간에겐 양면성이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인생의 후반기에 와서 깨닫는 요즈음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공교육 성공

행복한 부모가 자녀를 행복하게 한다. 부모의 자존감이 높아야 자녀도 자존감이 높다. 그렇다고 불행한 가정의 학생이 모두 불행하지는 않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도 1/3 정도는 행복하게 성공하고 잘 산다고 한다. 역으로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자라도 1/3 정도는 불행한 삶을 산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불행한 가정의 자녀가 모두 불행하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본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닿을 수 없다면, 인생은 그야말로 황무지가 아닌가.

삶이 살아볼 만한 까닭은 역설과 반전이 있는 까닭이다. 인류의 역사가 토인비의 말처럼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듯, 한 개인의 삶도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불행한 가정의 아이들도 1/3 정도는 가치 있는 삶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희망을 걸고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하는 일은 교사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위에 인용한 교사 우울증에 관한 미국과 일본, 한국의 보도자료는 그저 걱정만 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하였다. 필자 역시 학교 현장에서 비슷한 동료들을 어렵지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평교사도 그렇고 관리자도 그런 분을 모신 적이 있으니. 우울증 보다는 분노조절장애를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선생님,  교사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거나 차분히 지도하고 장학해 주는 대신 억지소리로 울리는 일이 다반사였던 일방통행만이 능사였던 관리자.

수직적이고 일방통행식 학교 문화를 이기지 못해 휴직을 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근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로 휴직을 하거나 상담 치료를 받는 동료는 없었다. 그런 사실이 학교나 학부모에게 알려질 경우에는 교사로서 치명타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한 때, 학교에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일을 겪고  휴직 대신 산골 분교로 도피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환경이 바뀌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교직 후반을 더 열심히 살게 되었다.

교사 우울증 전수조사 꼭 필요하다

교사의 우울증이나 정신과적 문제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쟁적인 구조 속에 살아가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어 있듯, 그것을 헤쳐 나가게 지도하는 교사들 역시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학교 내 폭력, 학교 이탈 학생, 경제적 문제가 얽힌 양극화, 빈곤의 대물림, 아픈 가족사에 우는 학생들...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들이 내뿜는 감정 표출의 대상자로서 교사의 자존감을 흔드는 일들은 너무나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교사가 행복하면 그것도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학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또한 문제다. 공무원퇴직연금과 관련하여 많은 교사들이 앞당겨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보다 더 깊은 문제는 더 이상 상처 받은 자존감으로 버티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전 교사를 상대로 우울증이나 정신적 질환을 전수조사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우울지수를 파악하고 상담 교사를 붙여 체계적인 치료를 하듯,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생 교직에 몸 담으며 얻은 마음의 상처를 국가가 보듬고 치유해 주려는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 보이는 몸의 건강검진을 하듯,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도 예진하여 찾아내 치유할 수 있도록, 떳떳하게 휴직하여 치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 주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처럼 정신과 상담을 부끄럽게 여기는 풍조에서는 내놓고 치료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핀란드나 덴마크처럼, 대만처럼 교사를 아끼고 배려하는 공교육의 풍토가 자리 잡힐 때, 그 나라의 미래가 밝다. 그런 풍토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앞 다투어 교직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조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부모에게 효도할 리는 없다. 보고 자란 직접 체험만큼 무서운 교육은 없으므로. 교육을 살리고 싶다면 교사를 소중히 해야 한다. 학생들을 잘 기르고 싶다면 아픈 선생님을 돌보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국가를 믿고 제자들을 사랑으로 기르는 선생님이 많아져야 이 나라가 사는 길이다. 교육 투자의 효과는 7~10%에 이르는 높은 효율성을 선물한다. 특히, 선생님에 대한 투자는 교육투자의 기본이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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