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판매 개선, ‘생명사랑 실천가게’ 전국에 퍼졌으면…
번개탄의 용도는? 고지식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연탄불 꺼졌을 때 불붙이는 용도밖에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연탄 때는 집도 그리 많지 않아 캠핑 때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자살용으로 쓰인다는 소식이다.
요즘 자살 관련 뉴스를 보면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거나 방에서 가족이 동반자살하는 경우에 번개탄을 사용한다니 번개탄을 개발한 사람은 엉뚱한 용도에 개발을 후회를 할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 사람을 죽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번개탄은 2008년 유명연예인의 자살수단으로 사용된 이후 2007년 15명이던 경기도내 번개탄 자살자 수가 2012년에는 295명으로 급증하였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번개탄 자살은 목맴(53.1%), 투신(17.6%), 음독(10.6%)에 이어 네 번째(9.1%) 자살수단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때에 경기도와 경기도자살예방센터가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캠페인에 나섰다. 화성시 향남면 일대 가게에서는 번개탄 판매 시범운영 중인데 이들 업소에서는 ‘번개탄 판매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생명사랑 실천가게’들이다.
“번개탄, 고기 구워 드시려고 사시는 거죠?” 번개탄을 구입하려는 손님들에게 번개탄의 사용용도를 묻는 것이다. 가게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가지 않도록 진열대에서 쉽게 떠내지 못하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인 맨 아래나 맨 위에 비치하는 것이다. 번개탄을 검은 봉투 속에 넣어 두기도 한다. 대신 안내 문구는 있다. “번개탄을 구입하려는 분은 점원에게 말씀하세요.”
여기에 동참하는 업소도 번개탄 팔아 이익 남기는 것보다 생명 존중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동참했을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이익 추구라지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화성 향남면 상점 27곳에 동참하고 있다는데 이 지역 41개 가게 가운데 66%가 ‘생명사랑 실천가게’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14곳도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조만간 동참 가게는 더 늘 것이라는 게 화성 자살예방센터 관계자의 전언이다.
번개탄 제조업체도 번개탄이 자살용도로 쓰이지 않게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전국 번개탄의 70%를 공급하는 대명챠콜은 경기도와 협의 하에 포장지에 포장 도안을 확정하여 판매하고 있다.
포장지에는 ‘생명은 소중합니다'라는 자살 예방 문구 외에 자살위기상담전화(1577-0199)와 콜센터 120번도 함께 삽입돼 자살시도자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정신건강 전문상담도 유도하도록 했다.
번개탄 판매 개선에 앞장서는 ‘생명사랑 실천가게’ 전국에 퍼졌으면 한다. 독극물을 쉽게 구입하지 못하게 했더니 독극물에 의한 자살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번개탄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소한 장치들을 해 놓으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생명 존중 교육, 자살 예방교육도 중요하지만 자살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살’을 반대로 읽으면 ‘살자’이다. 경기도와 지자체의 ‘번개탄 판매방법 개선 캠페인’과 ‘생명 사랑 실천가게’가 전국에 퍼졌으면 한다. 우리 사회, 더 이상 자살 소식이 뉴스로 나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