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공무원 망신주기 정책 아닌가

2015.04.01 10:04:00

요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욕을 많이 먹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졸지에 세금 도둑으로 몰리고 있다. 연금은 빚이고, 미래 세대의 원망이며, 그로 인해 연금 수혜자인 공무원은 세금 도둑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정의의 사명인 것처럼 휘두른다. 언론은 국민연금과 비교하며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특혜를 많이 받고 있다고 몰아붙인다. 정부와 언론의 영향을 받은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혈세 운운하며 연금을 줄여야 한다고 떠든다. 공무원연금의 성격도 모르고 액수도 모르면서 국민연금과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더 내고 덜 받는 대안을 제시하고, 그 수치까지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억울한 면이 많다. 평생 국민의 부름을 받고 일하는 직업 공무원으로서 세금 도둑의 누명을 쓰는 것이 억울하다. 심지어 흥분을 잘하는 사람은 공무원 월급도 세금으로 줘서는 안 된다고 막말을 한다. 국가가 공무원을 채용해서 부려 먹었으면 임금을 줘야 한다. 그 임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정당한 집행도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 대신에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애초에 국민연금과 다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통과 될 때도 낯 뜨거운 질타를 받았다. 법이 통과된 언론은 기사 제목으로 교사를 예시했다. 신문들은 ‘교사가 10만원 받으면 과태료 5배’ 등으로 제목을 달고 법안 통과를 보도했다. 덧붙여 ‘논란이 일었던 법적용 대상에는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원도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교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통과되어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법이 우리 사회를 청렴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공감한다. 하지만 교사의 비리는 새 발의 피다. 그렇다고 교사의 비리를 옹호할 뜻은 없다. 우리 사회를 좀먹는 엄청난 비리들이 고위 공무원 등이 많은데 피라미 같은 교사들을 언급하며 법안 설명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기사를 보면 그동안 교사의 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교원만 깨끗하면 청렴한 사회가 된다는 인상이다.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한술 더 떴다. 어이없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촌지 근절 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10만 원 넘으면 파면이나 해임도 가능하고, 촌지 받은 사실을 신고하면 최고 1억 원의 보상도 준다는 것이다. 김영란법보다 더 무섭다. 홍보 동영상은 더 기가 막힌다. 학부모와 교사가 돈을 주고받는 장면에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여기에 연출한 교사의 모습은 탐욕스러움 그 자체다.

사실 학교에 금품을 주고받는 촌지 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졌고, 학부모나 교사들도 인식이 많이 변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고, 과장된 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만드는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교직 윤리 헌장’이 발표되고, ‘공무원으로서 청렴의 의무와 공무원의 행동강령의 규정’ 등을 발표할 때는 마음이 착잡했다. 교직 사회를 잠재적 촌지 수수 집단으로 매도하거나, 비리의 주범인양 취급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꼭 개혁이 필요했다면 정부가 솔직히 입장 표명을 했어야 한다. 평생을 국민의 봉사 자리에서 일해 온 공무원들을 세금 도둑이라며 망신을 주기 시작한 것부터 잘못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직은 직업 선호도 1위에도 든다. 2011년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교사는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꼽는다. 교육 강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도 상위 20%가 교단에 서지만, 한국은 5% 인재가 교단에 선다. 이런 것이 우리 교육의 힘이고, 국가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교직을 희망하고, 교단에 들어와 그들의 열정을 태울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한다. 교사들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희망인 어린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다면 결코 학생이 행복할 수 없고, 국가의 미래가 불행해진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몰아치는 정책은 교육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교사가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가질 때 우리 교육은 한층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최소한의 노후 보장 시스템도 빼앗아가고, 비리 집단으로 몰아 자존심마저 짓밟는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아득해질 수 있다. 정책 실행을 위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묵묵히 일하는 당사자들의 상처부터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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