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공부 얕보면 큰코다쳐

2015.04.16 13:29:00

국어 교과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은 어떨까. 국어 과목은 공부를 특별히 안 해도 학습의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글만 깨우치고 책만 읽을 줄 알면 해결되는 것으로 안다. 국어 공부는 소홀히 하고, 영어와 수학 공부에만 힘을 쏟는다. 부모들도 영어, 수학 등에 사교육비를 투자해도 국어에는 인색하다. 이러다보니 고등학교에 오면 국어 교과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영어, 수학에 비해 국어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고 푸념을 한다. 실제로 2015학년도 수능 국어 B형이 상위권 대학 입시에 영향력을 크게 미쳤다.

모든 교과와 마찬가지로 국어 성적이 낮다면 우선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보통 수학이나 영어 성적은 좋은데 국어 성적이 낮다고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 이 경우는 국어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다. 영어, 수학은 꾸준히 하지만, 국어 공부는 하지 않았다. 당연히 성적이 안 좋다. 중학교 때는 시험 기간에 국어 공부를 단기간에 해서 점수를 얻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에 와서도 같은 학습 패턴을 유지한다. 고등학교는 중학교 국어에 비해 양적, 질적 차이가 있다. 중학교는 국어의 기초적인 이해 능력과 감상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문학 작품 감상이나 글의 이해도 최소한의 능력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일단 국어의 영역이 문학, 비문학, 문법 등으로 넓어진다. 각 영역에 따른 교육 목표도 중학교 교육과정보다 심화되어 있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는 학습 시간을 늘리고, 영역에 따른 체계적인 학습을 해야 한다.

영역에 따른 학습법을 소개해 본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시이다. 문제를 많이 풀어 봐도 이해가 안 된다고 호소한다. 이는 시를 잘못 이해한 측면이 있다. 시는 시인의 마음을 언어로 그린 문학의 꽃이다. 그렇다면 시는 가장 먼저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마음을 이해하는 열쇠는 언어 즉 시어이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만, 시어는 다른 측면이 있다. 감추어진 시인의 마음이 시어로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이것이 시에 드러난 화자의 정서이다. 여기에 집중하게 되면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만나고, 시의 내용과 주제를 이해하게 된다.

시를 문학의 꽃이라고 비유한 것처럼, 시인이 마음을 드러낼 때는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한다. 언어에 비유와 상징의 옷을 입히고, 다양한 이미지로 색칠을 한다. 그리고 시인은 세상을 노래할 때 자신만의 감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발상과 표현을 감상하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시는 한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시인이 고백한 마음에 다가서는 것이다. 학생들이 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시를 머리로 읽기 때문이다. 시인이 슬픈 마음, 기쁜 마음, 격정적인 마음, 부드러운 마음으로 노래할 때 이것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시를 분석하고,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습관은 시 이해에 도움이 안 된다. 작품 속의 시인과 대화하며, 그 속에 삶과 만나고 감동을 느끼면 시 공부가 쉬어진다.
 
시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소설은 서사적인 흐름에 무게를 두는 장르이다. 따라서 소설을 읽을 때는 중심인물과 주변 인물들 간이 만들어 가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 상황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소설의 배경이다. 배경은 소설 속에서 단순히 인물이 머물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아니다. 소설 속에서 인물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학생들이 소설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사건과 인물은 읽을 수 있지만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혹은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산업화 시대 등이 많이 나온다. 이 배경 속에 인물들은 좌절하기도 하고, 극복의 삶을 전개한다. 그렇다면 소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1970년대 삶의 모습을 모르고, 그 시대 인물들이 갈등하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배경까지 공부를 해야 하니 고등학교에서의 국어 공부는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다.

국어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어휘이다.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저학년 때부터 국어사전을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기계나 컴퓨터로 어휘의 의미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말고 사전을 활용하면 인근 단어까지 보기 때문에 어휘력이 풍부해진다. 어휘력 확장은 독서로 해결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고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훈련을 한다. 그러면 어휘력이 확장되고, 독해력도 함께 성장한다.

문법 공부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말은 품사 9개와 문장성분 7개로 되어 있다. 품사와 문장성분을 알면 문장을 이해하는 분석력이 생긴다. 문법은 일종에 규칙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외워야 할 것이 많기도 하지만, 예시 문장을 함께 익혀 응용력을 키워나가면 실력이 는다. 어느 교과나 마찬가지지만 문법 공부도 평상 시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수능 영어가 절대 평가로 실시되면, 대입에서 국어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그리고 국어 교과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는 과목이다. 국어 실력이 튼튼하다면 사회, 과학은 물론 수학 성적도 영향을 입는다.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도 국어 실력은 전공 공부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대부분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고 점수 타령만 하는데, 꾸준히 한다면 쉽게 실력이 느는 것이 국어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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