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쓰레기 되가져가야

2015.06.12 13:55:00

광교산 자락에 주말농장이 있다. 파장동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길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로 항아리 화장실을 지나 한철 약수터에 이르는 곳에 넓게 자리하고 있다.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이 봄에는 반짝하고 시들한 경우를 보았다. 그 경우는 살고 있는 지역에서 멀어 오가는데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걸어서 가까운 곳에 있어 가족 단위로 농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주거 지역과 가까이 있어 노인들도 소일거리 삼아 온다.
주말농장은 전문적인 농사를 짓는 곳은 아니다. 말 그대로 주말이나 휴일에 와서 자연을 즐기고 여유를 즐기며 농사를 한다. 농작물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겨우 상추, 호박, 토마토, 고추 등 쉽게 재배할 수 있는 것 위주로 한다. 그래서 농사가 잘돼야 한다는 부담도 욕심도 없다.



주말농장의 큰 매력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다. 가족이 작은 채소 심기라도 함께하면서 취미를 공유하면 마음의 힐링이 된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달래는 시간도 된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은 노동의 의미와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함께 배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곳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주말농장에서 나온 비료 포대 및 페트병 등 일반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쌓여 있어 악취도 심하다. 메르스 사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국가 원수가 미국 방문까지 연기하고 힘을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의 쓰레기를 방치한다면 여름 전염병이 우려된다. 쓰레기 더미 옆에는 소하천이 있다. 이곳은 1급수가 흐르고 다양한 물속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농약병 등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잔류 농약이 흘러내릴 염려도 된다.



이곳 쓰레기는 구청 청소과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애매하다. 우선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불법 투기물이다. 규격 봉투도 사용하지 않았다. 주말농장은 보통 친환경 농법으로 한다. 쓰레기 처리도 이런 정신으로 해야 한다. 당연히 되가져가야 한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와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농장주들이 협동해서 치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협의를 해야 한다.
등산로 차량 통제도 제안한다. 등산로는 폭이 3미터 내외로 좁은 도로이다. 그런데 승용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생산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손수레 등을 이용하면 충분하다. 나이 드신 노인들은 손수레를 이용하는데 장년층이 차량을 이용한다. 오토바이 등도 먼지와 매연으로 불편하다. 나 하나 문제가 없겠지 하면서 타고 오는데, 하나씩이 누적되어 청정 지역 광교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해당 관청이 등산로에 차량 출입을 금지하는 시설을 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해 여러 가지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비슷한 경향의 사람들끼리 있으면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 도시에 살면서 주말농장을 하는 것도 새로운 문화다. 이 문화를 건강하게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줄 필요가 있다. 쓰레기처리부터 솔선수범하는 습관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말농장이 애초의 취지와 달리 농약을 사용하고 있나보다. 옛말에 채소를 심으면 하나는 벌레가 먹고, 하나는 새가 먹고, 나머지 하나를 사람이 먹는다고 했다. 쓰레기 더미에 농약병이 제법 있다. 이 기회에 농장주들이 모여 농약 사용을 자제하는 규칙도 만들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이를 위반할 경우 추후 주말농장 분양을 할 때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주말농장은 일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맑은 공기 속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다. 직접 기른 무공해 채소를 먹을 수 있고, 어린자녀가 채소를 가꾸고 자라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노동의 참뜻을 체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 가족과 함께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을 찾았는데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고, 좁은 등산로에 차량 출입으로 짜증이 난다면 어떨까. 이것은 관청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주인 의식을 갖고 실천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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