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업은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

2015.07.13 09:45:00

학교 교육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수업이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말처럼 수업은 학교 교육을 좌우하는 영역이다. 수업은 교육과정의 편성 근거에 의해서 해당 교사가 한다. 즉 수업은 법적 자격증을 가진 교사에 의해서 실현된다. 학교에서 수업이 아닌 일은 잡무로 대립되는 것처럼 수업은 교사의 주요 업무이다.

교사는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가장 흔한 방법이 연수다. 교사는 학교 혹은 이외의 공간에서 근무 연차에 맞는 연수를 이행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공부할 기회를 갖는다. 자격 연수 혹은 직무 연수 등이 해당한다. 실제로 교육공무원법에도 교사들은 그 직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부단히 연구와 수양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교과 전문성을 키우거나 교수법을 체계적으로 배운다.

대학원 수업이나 기타 자격 연수, 직무 연수 프로그램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연수중에 배우는 교육학 이론과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는 교단에 서는데 자신감을 준다. 그런데 대단위 규모의 집합 연수는 이론을 체계적으로 전수받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교사들은 주변 학교 선생님들과 자발적인 연수를 꾸려 공부를 한다. 인근 학교 교사까리 혹은 교내에서 동일 교과 담당교사끼리 모여서 수업의 정보를 교환한다. 선생님들끼리 나눈 정보는 현장 체험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 수업의 어려움을 극복한 선배 교사의 생생한 체험도 효과가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료 교사의 수업을 직접 참관하는 방법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기 때문에 많이 활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연수를 받고, 교수법 책도 많이 읽었는데 막상 수업을 하면 만족하지 못한다. 교수법에 나와 있는 대로 수업의 3단계 즉 도입- 전개- 정리별로 계획을 세우고 각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행동 전략으로 할 것인지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다. 이웃 학교 수업을 잘한다는 선생님의 수업도 흉내내봤지만 오히려 그때마다 자신의 한계만 드러난다. 심지어 교육방송 스타 강사의 강의 형태도 따라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수업에 학생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교사의 가르치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시간이다. 밖에서 보는 수업에는 학습에 열의가 넘치는 모범생만 앉아 있다. 만약 내 수업에도 그런 학생들만 앉아 있다면 연수에서 배운 교수법대로 하거나 남의 수업을 따라 해도 성공 확률이 높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은 그들과 다르다. 우리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 좋은 수업을 흉내내다보면 교사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학생을 통제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이 학습한 기술을 실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수업 상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지금 시대는 교사가 수업 방법의 전문가이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 때문에 교사는 수업 방법의 전문가임을 자차하고 수업 방법이나 각종 수업 교재를 개발하는데 전념한다. 하지만 교사 본인이 수업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아이들과 수업을 잘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이런 경우에는 교사는 그것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에 소홀이 한다. 교사는 수업 방법의 전문가 이전에 학생을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사에게 중요한 것은 학생의 수준이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수업은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다. 수업은 교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한다. 수업 내용을 어떤 소재와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계획해야 한다.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학생들은 시시각각 변하므로 수업의 장면에서 전문가다운 대응을 해야 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것은 남의 수업을 보고 흉내 낼 수 없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 장면에 놓여 있는 교사에게 전적으로 주어진 일이다.

교실의 교사는 교육방송 강사나 학원 강사와 달라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고유한 능력을 찾아주는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내면에 숨겨진 재능을 갖고 있으며 수업은 이를 끌어내서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앎을 토대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수업의 핵심을 교과 지식의 원활한 전달보다 수용에 가치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과정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고, 학습 활동에서도 학생들이 지식을 스스로 정리하는 활동을 한다.

사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이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배우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르친다는 것이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이 교육방송 강사나 학원 강사처럼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전수하는 것이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을 받고 왔다면 크게 어려움이 없다. 교사에게 수업은 아이들이 배움에 들어오게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거기서 아이들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나아가서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아이들이 배움에 들어오는지,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내면화 했는지 궁금하고 불안하다. 교사가 궁금한 것을 확인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없다. 오직 교사 자신의 교수 방법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결점을 찾아 극복하는 길 뿐이다. 이러한 반성적 성찰이 교사의 전문성이고 그로 인해 교사는 수업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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